동백아가씨와 3시간… 派獨 50년 설움을 씻다

"파독 근로자 여러분은 우리 대한민국이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머나먼 독일에서 가족과 조국을 위한 길에 앞장섰습니다. 조국을 일으키는 데 초석이 됐던 귀한 땀방울을 저와 대한민국은 결코 잊지 않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6시(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야훈더트할레 공연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 축사를 시작으로 광부·간호사 파독(派獨) 50주년 특별공연이 열렸다. '이미자의 구텐탁(Guten Tag·'안녕하세요'란 뜻의 독일어), 동백아가씨'로 이름 붙여진 공연(MBC 주최)의 초대권 2500장은 배부 세 시간 만에 동이 났고, 공연장에서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사흘 전 한복을 차려입은 재독 대한간호사협회 회원 30여명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나가 교민들을 잊지 않고 찾아온 이씨를 환영했다.

'엘레지의 여왕'이 무대에 올라 '동백아가씨'를 부르자, 백발이 성성한 파독 광부·간호사들은 연신 훌쩍이며 눈물을 훔쳤다. 1970년 독일에 와 28년 6개월 동안 간호사로 근무한 황춘자(69)씨는 "독일에 올 때 이미자씨의 레코드를 갖고와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들었다"며 "레코드판이 닳을 때까지 이미자씨 노래를 들었는데 이씨를 직접 눈앞에서 보니 힘들었던 시절이 떠올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버스를 대절해 500㎞ 이상을 달려온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가득했다. 이씨는 파독 광부·간호사들을 향해 "여러분의 업적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잘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공연은 힘겹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이씨의 애달픈 노래로 시작했다. 하지만 힘겨웠던 시절을 추억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이씨에 이어 등장한 조영남씨가 입담을 과시하며 '화개장터' 등을 노래하자 관객석엔 웃음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어 아이돌 그룹 2PM이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의 현재'를 보여줬다. 이씨가 한류스타인 2PM과 함께 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교민 한장우(67)씨는 "이미자씨의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맛볼 수 있었다"며 "조국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본지와 만난 이미자씨는 "분에 넘치는 박수와 사랑을 받았다"며 "오랜 숙제를 마친 기분으로 기쁘게 서울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교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고 50년 넘는 내 가요 인생에서 (이번 공연이) 큰 획을 그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김재신 주독 한국 대사는 "이번 공연은 세대를 불문하고 독일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