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은커녕 과학자가 뭔지도 모르던 아이였다"

"과학에도 자신의 신념을 믿고 끝까지 연구에 매달리는 근성이 필요합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세요."

아리에 와르셸(73) 미 남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청소년들에게 과학에 대한 꿈을 심어주고자 한국을 찾았다. 와르셸 교수는 분자의 복잡한 화학반응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는 '다중척도 모델링' 연구법을 개발한 공로로 마르틴 카르플루스(83) 미국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레빗(66)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과 함께 올해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려대학교에서 28일부터 이틀 동안 열리는 미래과학콘서트에 강연자로 나선 와르셸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를 과학계 최고의 상으로 보답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와르셸 교수는 1940년 이스라엘 북부 지역의 키부츠에서 태어났다. 키부츠는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는 이스라엘의 집단 농경 체제다. '제법 똑똑한 아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조용한 시골에서 성장하면서 "노벨상은커녕 과학자가 뭔지도 잘 몰랐다"는 와르셸 교수는 "다만 무슨 일을 하든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각오는 항상 가지고 있었다"고 유년기를 술회했다.

노벨상 수상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배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와르셸 교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응용해 분자의 활동을 분석하는 연구에 도전했을 때, 기존 과학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며 "스스로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노력한 결과 노벨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컴퓨터를 이용한 '효소촉매화 반응' 연구에 매진해 온 와르셸 교수는 계산효소학을 정립시켜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반응을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현재 거의 모든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할 때 이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과학자로 평생 외길을 걸어온 와르셸 교수는 과학에 대한 환상 때문에 과학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쉽게 답을 얻을 수 없는 분야인 데다, 과학계에서도 다른 분야 못지않게 과학자들끼리 살벌하게 견제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며 "자신이 하려는 일에 완벽하게 몰두하는 근성과 끈기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어느 분야에서든 일인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부터 하세요. 그러면 사회가 어떻게 변하든지 상관없이 항상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