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배고파요!

멧돼지가 마을까지 출몰한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 먹이를 찾아서다. 산림보호로 전국의 산은 울창해져 짐승들의 개체 수는 늘어났으나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이는 충분하지 못한 상황인데 그것마저 사람들이 채취해 간 결과가 아닐까?

일산신도시 중앙에 있는 정발산공원 산언저리엔 참나무가 제법 서 있다. 해발 89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여러 종류의 나무가 우거져 있다. 참나무도 그중에 하나다. 참나무에 열린 도토리가 밤새 바람에 떨어진다. 다람쥐, 청설모가 귀를 쫑긋한다.

일산신도시의 중앙에 있는 얕은 산이지만 너구리도 산다. 도토리와 갖가지 열매들은 이들의 먹이가 된다. 공원 여러 곳에 열매를 채취하지 말란 현수막이 해마다 내걸린다.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나무 사이에 걸어 놓았다.

현수막이 걸려 있는 옆의 참나무 아래에도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이 서서히 모여들어 땅에 떨어진 도토리를 줍는다. 샅샅이 뒤져 줍는다. 어떤 사람은 나무 둥치를 큼직한 돌멩이로 찧기도 한다. 나무에 충격을 주어 도토리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발로 옆차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나가는 양식 있는 사람이 한마디해도 막무가내다. 초가을부터 늦가을까지 한 톨의 마지막 도토리가 다 떨어질 때까지 그러지 싶다. 다람쥐, 청설모가 숲 속에서 “나, 배고파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산다. 산에 나는 열매들은 산 짐승들의 몫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참다운 인간의 배려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들녘에서 일하며 새참을 먹기 전에 “고수레!”라며 음식을 나눠주고 감을 따면서도 몇 개를 까치밥으로 남겨두던 조상들의 지혜와 나눔의 정신이 새삼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