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어른들만의 소유가 아니다. 날씨는 뉴스시장의 제1 신선한 상품이고, 날마다 사람들은 이걸 늘 즐기고 내일이나 사업에 대비해 사용한다. 어른들은 일기를 사랑한다. 그럼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은 어떤 어른도 궁금해 하지 않을 어른은 모르는 세계일 것이다.
과연 어떤 생각을 아이들은 할까? 사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유아들은 도시 빌딩의 유리창 너머 구름이 빠르게 빠져 나가면 우린 어쩌느냐고 걱정에 걱정을 한단다. 하늘이 빙글빙글 돌고, 비바람이 유리창을 때리고 흔들리면 엄마 어떻게 하지 하며 아주 걱정이 크단다. 이건 어떤 어른도 모르는 유아들의 세계다.
유아에게는 그뿐만이 아니다. 워즈워드는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지만, 어른은 유아들 눈에 귀찮으면서 부산을 떠는 거인 같다. 아침이면 천장만큼 큰 아빠가 고릴라 같은 굵고 기다란 손이 달린 어깨를 흔들거리고, 펑퍼짐한 허리가 굵어져가는 엄마도 아침을 차리랴, 아이에게 날마다 적당한 옷을 찾아 강제로 입히려 들면 아이는 나름 많은 걸 확실히 느낀다. 그 아이는 단문 하나의 작품을 그날 쓴다. 부모 눈이 휘둥그러지게 말이다. '나는 빠르게 움직이는 다 큰 사람(어른)이 싫다.'
그렇다, 어디 유아만 '다 큰 사람'이 밉고 야속할까? 어떤 아이라도 머리가 좀 크면 어른의 세계로 다가가게 된다. 어른의 생각 없는 언어를 통해 가끔 엿보게 되는 '다 큰 사람의 세계'는 어쩌면 아이들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세계일지도 모른다. 아빠라고 해서, 엄마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들에게 나만의 비법이라며 자기의 황금률을 따르라 하고, 내 말은 유기농보다 좋으니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따라 마시라는 식의 세계다.
가만 되돌아보면 불행한 거다. 생각도 마치 꽃 같고 나무 같아 그 집 마당에서 나고 자라면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어도 그 꽃이 다시 피고, 그 나무가 다시 나뭇잎을 내고 열매를 맺는다. 꽃을 바꾸고, 나무를 바꿔야 해가 지나면서 원하는 뜰을 가꿀 수 있지 않나?
우연히 알게 된 양수리 서종사의 '조아질라고' 홈페이지는 세상을 긍정의 언어로 바라보라고 한다. 이 절의 승려는 이런 고백도 한다. 불문의 성지에서도 술을 먹고 행패를 하는 승려가 있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는 긍정을 바라보고 말하는 게 좋다는 말을 한다. 요새 갈수록 느끼는 것은 말은 씨앗이며, 생각이 곧 내일의 내가 된다는 확신이 점점 들던 차였다. 그래서 그 사문의 말은 바람처럼 울렸다.
그 승려의 웹에는 자신이 찍은 꽃무릇이니, 노루귀니, 조그만 발간 동자꽃이 오므린 꽃봉오리며, 뻐꾹나리며, 하얀 구절초 사진도 소개한다. 나도 그 꽃들을 수첩에 적어 보았다. 개구쟁이들의 반짝이는 눈 너머에는 거인들은 모를 거인족의 습관적으로 쏘는 화살 같은 말을 멀찍이서 걱정하는 작은 영혼들이 담겨있다.
거인들이 몰라도 그 영혼들은 너무도 따뜻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워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무리 목청을 질러도 개구쟁이들의 그 아름다운 소리는 마음이 닫힌 거인의 귀에는 안 들린다. 어른의 세계는 냉정하고, 아이는 아직 와서도 안 되고 올 수도 없는 세계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어쩌면 어른이야말로 오래전 돌아갈 길을 잊어버린 아이가 아닐까? 저 활동사진같이 흥미롭고, 기쁨을 온몸으로 즐기며, 친구들과 놀며 웃고 울었던 그 잊혀진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이 아닐까? 아이들은 미처 거인이 돼버린 어른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사이에 이미 거인 곁을 서성이다 안타깝게 돌아갔는지도 모른다. 기억을 찾아 주려는 꽃잎 같은 발로 말이다.
개구쟁이 눈빛이 유리알 너머로 반짝인다. 그 하얀 이빨 사이로 아련하게 보이는 뭔가는 꿈인가, 생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