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30 09:46

stage

여러 매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연극을 시도해온 극단 그림연극과 송파구에 거주하는 시니어 배우들이 함께 만든 시니어 씨어터 ‘내 나이가 어때서?’. ‘평균 70세 이상의 나이에 대학로 연극 무대에 배우로 데뷔를 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호기심을 증폭하기에 충분했다. 연극 ‘내 나이가 어때서?’는 3년 동안 시니어 배우들이 즉흥극 과정을 통해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극단 그림연극의 대표이자 연출을 맡은 이현찬이 대본으로 구성해 창작극 형태로 만들었다.

시니어 씨어터 ‘내 나이가 어때서?’
이야기는 어머니의 100세 생신날, 온 가족이 모여 축하하는 자리에서 지나온 과거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면서 시작된다. 배우가 꿈이었던 막내딸 이야기, 연애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둘째딸 이야기 그리고 이어지는 큰딸, 큰아들, 작은아들이 각자 자신이 지나온 젊은 날을 회상하며 인생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것. 마침내 무대는 100세를 맞은 할머니의 결혼식 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데, “시니어가 인생의 내리막길이 아닌 또 다른 시작으로서 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했다”고 이현찬 연출가는 말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는 극의 완성도나 배우의 연기력 등을 차치하고(배우들은 기대 이상의 열연을 펼쳤다) 새로운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시니어 씨어터’는 연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공무원, 교육자, 작가, 부동산업 등 각기 다른 직업으로 사회의 일원을 담당했던 시니어 배우들은 젊을 때 지녔던 연극배우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화물운송 사업을 하다 은퇴한 서병학 씨는 “생업에 있을 땐 몰랐던 새 삶을 발견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에서 일했던 박영자 씨는 “연극이라는 것이 새로우면서도 어렵지만 프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내 나이가 어때서?’는 시니어 배우들의 인생 경험이 녹아들어 전문 연극배우들의 연기와는 또 다른 진정성으로 감동을 준다. 공연은 대학로 스타시티 예술공간 SM에서 11월 3일까지.

문의 02-945-7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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