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30 09:47

FINANCE | 자산 포트폴리오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③ 재단 설립과 기부를 통한 사회 공헌

돈은 버는 것보다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일군 자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삶의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자산 운용을 원한다면 자녀 상속에 그치지 말고 시야를 좀 더 넓혀보자.

최근 성공한 자산가들과 상담하다 보면 기부나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활동에 관심을 갖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후 이제는 자신들에게 그 부(富)를 안겨준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욕구단계론에서 인간의 가장 최상위 욕구를 ‘자아실현의 욕구’로 표현했는데, 성공한 자산가들에겐 사회적 기여가 자아실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추세는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자산가 빌 게이츠는 사후에 자산의 50%를 사회에 기부할 것을 약속하는 기부 서약(Giving Pledge)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미국의 5대 갑부로 꼽히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 캠페인에 적극 참여해 자산의 99%를 기부할 것을 서약했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도 자산의 절반 이상을 내놓겠다고 서약했다. 우리나라의 성공한 자산가들은 재단법인의 설립, 운영을 통해 이러한 사회 기부 활동을 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공익재단 설립은 최소 20억~30억 원의 고액 자금을 출연해 기부자가 직접 재단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공익재단을 설립하면 공익재단 설립에 투입된 금액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과세가액 불산입, 원천징수된 이자 소득세 환급 등 세제 혜택이 있으므로 사회 공헌과 자산 관리 측면에서 활용할 만하다. 다만, 혜택과 더불어 각종 제재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단 운영이 불투명한 경우 가산세를 부과하고, 부실 운영으로 판단되면 주무관청이 해산을 명령할 수 있으므로 재단 운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재단을 설립했다 해산할 경우 재단의 남은 재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유사한 공익법인에 귀속해야 하는 만큼 출연한 재산은 더 이상 출연자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정관에 명시된 목적사업을 위해 공정하게 사용해야 하는 재산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재단법인을 설립, 운영하려면

재단을 설립해 운영할 때에는 목적사업과 관련한 전용 계좌를 개설해 사용해야 하고, 명세서를 작성해 보관해야 한다. 만약 중간에 계좌를 변경할 경우 1개월 이내에 관할 세무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전용 계좌를 개설·신고하지 않은 경우 그 과세 기간 또는 사업연도의 공익목적사업과 관련한 수입금액의 1000분의 5에 상당하는 금액 또는 거래금액 합계의 1000분의 5에 상당하는 금액 중 큰 금액에 가산세를 부과받는다.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재산을 출연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직접 공익목적사업 외에 사용한 가액 및 미달 사용한 가액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받는다. 또 출연 재산의 소득이 발생하게 되면 소득이 발생한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1년 이내에 70% 이상을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하며, 사용금액이 미달될 경우 사용 기준 미달금액에 10%의 가산세를 부과받으므로 이 부분도 주의해야 한다. 재단법인을 설립한 후 출연자는 이사로 취임하게 되는데, 이때 출연자와 특수 관계자가 이사(이사장 포함) 현원의 5분의 1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이 비율을 초과해 이사가 되거나 임직원이 된 사람과 관련해 비용이 지출되면 해당 금액에 가산세를 부과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단법인은 세제 혜택의 장점이 있는 반면, 설립 과정이 생소할 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 운영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삶의 의미와 보람을 주는 재능 기부

요즘은 재능 기부도 각광을 받고 있다. 재능 기부는 수동적인 금전적 지원 형태를 벗어나 본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기부하는 것으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직접적인 참여와 지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부처 현실에 맞는 맞춤형 기부와 유산 기부에도 적극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일환으로 기부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기부의 목적과 대상을 선정할 때 평소 관심이 있고 인생과 관련성이 있는지 고려하는 것이 좋다. 기부 대상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높으면 물질적 도움 외에 참여를 통한 정서적 도움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부 규모와 시기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부 대상과 금액을 즉흥적으로 결정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현금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기부 등으로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전 교감 없이 일방적인 기부 의사 결정을 내리면 향후 가족 내에서 반목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기부의 취지를 잘 살리면서 투명하게 기부 자금을 운영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자산가가 기부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마땅한 기부처를 찾지 못해서다. 기부자의 소중한 뜻에 맞춰 기부금을 운영하고 기부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해 효율화하고, 기부자에 대한 예우 및 서비스를 제대로 해줄 수 있는 기부처를 찾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세무 및 법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기부는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증세법, 부가가치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여러 법률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고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단 설립이나 기부를 통한 사회 공헌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고, 남은 여생 또한 멋지게 일구고자 하는 이들에게 방점이 될 수 있다. 나눔의 실천이야말로 자산 관리의 꽃이 아닐까.


윤태경 삼성생명 WM사업부장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자산가 고객을 위한 삼성패밀리오피스를 개소해 가문 관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자산 증식뿐만 아니라 자산 관리 및 가업 영속, 기부를 통한 사회 공헌 등 가문의 핵심 가치와 철학을 반영한 자산 관리 비즈니스로 기존 프라이빗 뱅킹보다 확장된 선진 금융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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