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30 09:48 | 수정 : 2013.10.30 09:48

JOY OF LIFE

적극적으로 짝을 찾아나선 중년 ‘돌솔(돌아온 솔로)’이 늘고 있다. 길어진 평균수명과 이혼·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인생 2막, 새로운 로맨스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약간의 팁.

예순을 앞둔 K씨는 평생 공직에서 일하다 몇 해 전 퇴직했다. 일찌감치 사별하고 출가를 앞둔 두 딸과 지내온 K씨는 지난해 재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래전부터 이따금 재혼에 대해 생각은 했지만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은퇴 후부터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자 배우자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

하지만 선뜻 뜻을 밝히기가 쉽지 않았다.행여 자녀들이 반대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K씨의 마음을 알게 된 두 딸은 오히려 K씨를 독려하고 나섰다. 주변의 소개로 지난해부터 5회가량 맞선을 본 그는 올 들어 자영업을 하는 55세 재혼 여성과 인연을 맺게 됐다. 7개월가량 만남을 지속한 이들은 오는 11월 결혼한다. K씨의 두 딸과 상대 여성의 자녀들은 각각 가까운 곳에 집을 얻어 독립할 예정이다.

K씨와 같은 중년 남녀의 재혼이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고 있다. 배우 박근형과 차화연의 핑크빛 로맨스로 주목받고 있는 ‘사랑해서 남주나’, ‘지성이면 감천’ 같은 TV 드라마만 봐도 이 같은 분위기를 짐작 할 수 있다. 재혼 혹은 중년의 로맨스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그만큼 호전된 것.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따르면, 2만8000여 명의 고객 중 재혼이 차지하는 비율은 25~35%다. 3~4년 전만 해도 20~30%였으니 제법 늘어난 셈. 여기에는 물론 중장년층도 상당수 가세했다.

그러나 중년의 모든 로맨스를 결혼이라는 목적 아래 전개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가 중년의 삶에 큰 활력이 된다는 것. 그러니 자신과 어울리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가톨릭대 정신과 채정호 교수는 <채정호 교수의 남자수업>에서 이렇게 썼다. ‘어떤 사람은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간다. 마치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세상 모든 일을 다 감당하는 일꾼이 되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며 사는 일 중독자도 많다. 하지만 그런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는 이런 것들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다면 혹시 무언인가 모자란 그것이 ‘사랑’은 아닌지 한번 돌아보자. 죽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게 진짜 행복한 일이다.’

홀로 된 중년에게 진짜 로맨스가 필요한 이유다.


평균 이혼 연령
평균 이혼 연령?

통계청이 지난 4월에 발표한 ‘2012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 32만7100건 중 남녀 모두 재혼인 경우는 3만7600건으로 전체의 11.5%를 차지했다. 또 혼인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 건수의 26.4%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45.9세, 여자 42.0세로, 10년 전에 비해 남자는 5.3세(40.6→45.9세), 여자는 4.9세 상승(37.1→ 42.0세)했다.


INTERVIEW | 듀오 이효주 커플매니저

“재혼 생각한다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8년차 베테랑 듀오 이효주 커플매니저가 재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알짜배기 정보를 귀띔했다.

Q. 최근 중년의 재혼 트렌드는?

스킨십 등의 진전이 매우 빠르다. 그리고 좀처럼 드러내려 하지는 않지만 법률혼보다 사실혼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남을 가진 경우 연애에서 결혼으로 이어지는 기간은 보통 6~10개월. 이 기간동안 ‘절절한 열애’를 나누는 커플이 많다.

Q. 초혼 남녀와는 다른 중년 재혼 남녀만의 특징은?

사회의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이성을 보는 눈이 어느 정도 완화됐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젊은 초혼 남녀보다 훨씬 까다롭다. 직업, 외모, 생년월, 혈액형, 띠 등 디테일하게 따지는 경우가 많다. ‘입이 큰 여성은 싫다’, ‘경상도 남성은 싫다’ 같은 개개의 취향이 확고하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 더 깊은 탓이다. 20~30대가 감정의 교감을 통해 그런 선입견을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40~60대는 이성적이라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Q. 중년 남녀는 상대의 어떤 면을 중요하게 여기나?

남성의 경우 여성을 볼 때 △외모 △자녀 유무 △직업 △성격 △취미 순으로 본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퇴직이 빠르다보니 직업보다는 외모를 중시한다. 반면 여성의 경우 △경제력 △성격 △건강 △외모 △취미 순으로 남성을 본다. 중년 여성은 개인사업이나 임대업을 하는 남성 혹은 전문직 남성을 선호한다. 일반 기업은 아무래도 은퇴 시점이 정해져 있으니 큰 이점이 없다. 은퇴 후 연금을 받는 직업도 좋다. 연금이 고정적인 ‘경제 루트’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Q. 재혼에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건 중 일순위는?

경제적 자립이다. 상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 들면 성사가 쉽지 않다. 요즘은 중년 여성도 경제력·노동력을 대부분 가지고 있거니와 남성도 경제력·노동력 없는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다. 10여 년 전만 해도 성공한 남성은 여성의 직업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당장의 노동력이 여의치 않더라도 별도의 재산이 있어 상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한 상황임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Q. 재혼을 생각하는 중년 남녀가 유념해야 할 사항은?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례를 하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특별히 유의해야 할 사항으로는, 남성의 경우 절대 과거 편력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 것. 전 배우자에 대한 험담이나 이혼 사유 등을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 여성을 질리게 하는 부분이다. 여성의 경우 남성의 경제력을 직접적으로 캐묻지 말 것. 감정적 교류가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성급히 그런 부분을 묻는 것은 상대 남성의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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