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스웨덴 좌파 "교육열 좀 배워 갑시다"

한국인들이 스웨덴의 복지와 교육을 "선진적"이라고 부르며 배우려 할 때 이 스웨덴 정치인은 오히려 한국을 배우겠다며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왔다.

스웨덴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 스테판 러벤(56) 당수는 지난 2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돌아봤다. 6년 전 스웨덴 노동조합연맹 방문단 일원으로 한국을 찾은 후 두 번째 방한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방문했다. 러벤 당수는 용접공 출신으로 스웨덴 금속노조 위원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사회민주당 당수 겸 야당 연합 대표를 맡고 있다.

2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러벤 당수는 아시아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이유로 높은 대학 진학률을 꼽았다. "25~34세 인구 가운데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이 스웨덴은 42%입니다. 아일랜드, 프랑스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은 6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죠."

러벤 당수는 대학 진학률을 50%까지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스웨덴 정부가 세운 목표(45%)보다 높다. 그는 "한국에서 학생들의 입시 부담, 부모들의 등록금 부담이 문제라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 "모든 현상에는 장단점이 함께 존재하는 것 아니겠느냐. 한국의 고등교육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러벤 당수가 대학 진학률을 강조하는 이유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스웨덴은 경제의 절반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며 "우리는 인적자원의 경쟁력을 높여 스웨덴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가 많아야 혁신적인 기업, 강소 수출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자리 확대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러벤 당수는 "일자리 하나를 두 명이 나누는 방식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한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현재는 야당이지만 그가 이끌고 있는 사회민주당은 '스웨덴 모델'로 불리는 복지 시스템을 만든 주역이다. 한국의 두 배 가까운 세(稅) 부담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그 역시 스웨덴 모델의 신봉자다. 사회민주당에서 복지 정책 검토 그룹 의장도 지냈다. 이날 한국외대 강연에서도 "복지국가야말로 개인을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도 '스웨덴의 길'로 가야 하느냐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저었다.

러벤 당수는 "각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모델을 다른 나라에 옮긴다고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증세(增稅) 없는 복지 확대는 계속되기 어렵다"며 "결국 정치인과 국민은 세(稅) 부담과 복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친절하면서 따뜻하지만 동시에 야망이 큰 나라"라며 "스웨덴과 한국은 서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