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30 03:57 | 수정 : 2013.10.30 15:51

곱구나, 애기단풍… 전북 순창 강천산

순창 강천산 계곡은 갓난아이 손바닥같이 작고 고운 ‘애기단풍’이 볼 만하다.
순창 강천산 계곡은 갓난아이 손바닥같이 작고 고운 ‘애기단풍’이 볼 만하다. 계곡 올라가는 길은 붉게 물든 단풍잎과 하얀 갈대가 고운 대조를 이룬다. 강천산 단풍은 11월 첫 주 절정을 이룬다.

만추(晩秋)의 서정을 제대로 느끼려면 호젓한 전북 순창 강천산을 찾아보자. 담양과 순창을 잇는 24번 국도에 사열하듯 서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들이 가을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파란 하늘이 노랗고 빨간 단풍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계곡 따라 물든 애기단풍

가을 여행은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 게 제격이다. 두 발이 대지를 꾹꾹 누르며 한 발, 두 발 앞으로 나아갈 때 사색은 깊어지고, 눈은 또렷해지고, 마음엔 여유가 생긴다. 황톳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강천산이 단풍 옷을 갈아입는 11월 초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천산 계곡에 들어서자마자 별천지가 펼쳐진다. 온 산이 붉은빛으로 물들고 있는 가운데 기세등등한 산세가 기암절벽 사이로 활짝 열린다. 산은 맑고 아담하지만, 단정한 기품과 통쾌한 등산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단풍산책 코스다. 기암괴석으로 가득 찬 산길이 이어진다.

강천산 단풍은 순창읍내에서 정읍 쪽으로 8㎞ 정도를 달리면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 산은 낮아도 깊은 계곡과 형형색색 단풍,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강천산의 최고 명물은 바로 갓난아이 손바닥같이 작고 곱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애기단풍'. 계곡을 따라 흐트러지지 않고 차분하게 산을 감싸는 애기단풍은 찾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강천산은 본격 등산이라기보다 왕복 1시간 정도 가볍게 산책하는 느낌으로 찾으면 더 좋다. 산길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등산객의 모습이 정겹다.

순창 전통 고추장 마을(좌). 강천산 기암괴석을 연결하는 현수교(우).
순창 전통 고추장 마을(좌). 강천산 기암괴석을 연결하는 현수교(우).
눈과 귀를 씻는 강천사

강천사까지 가는 길은 지루할 새가 없다. 숲 사이로 부는 맑은 바람에 몸을 적시고 울긋불긋 새색시처럼 옷을 갈아입은 산세에 눈과 귀를 씻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강천사가 나온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강천계곡에 둘러싸인 강천사는 고려시대에는 승려 1000여명이 머물던 큰 절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이후 쇠락해 지금은 비구니 몇 명이 지키고 있는 작은 암자에 가깝다. 절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단풍나무로 둘러싸여 있는 아기자기한 사찰 건물들이 정겹다.

구름다리까지 가는 강천산 계곡길은 행복한 산책길. 강천사 앞길은 300m 정도 홍단풍, 수양단풍 등 다양한 단풍나무가 하늘을 덮어 단풍 터널을 이룬다. 바람이 불면 단풍잎과 은행잎이 눈송이처럼 휘날린다. 오솔길은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걸으면 푹신푹신하다. 강천산 단풍은 내장산보다 늦은 매년 11월 초순 절정을 이룬다.

순창 고추장·한정식 별미 여행

순창에 가면 전통 고추장 마을을 둘러보고, 순창 읍내에서 전통 한정식을 먹어봐야 한다. 순창에 가서 고추장을 처음 맛본 사람은 설탕을 타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짠맛이나 매운맛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알싸하면서도 연한 단맛이 감도는 것이 일품이다. 순창 고추장 맛이 다른 지방과 다른 이유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메주콩과 고추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물맛 또는 기후 덕분이라고도 한다.

순창의 기후 덕분이기도 하지만, 순창고추장은 이 지방만의 독특한 재래식 비법으로 만든다. 고추장의 검붉은 색깔, 은은한 향기와 감미로운 손맛은 대를 이어 전수되고 있는 것이다.

순창군은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고추장 제조 농가를 민속 마을에 모아 전통 고추장 마을을 만들었다. 마을에 들어선 기와집들이 운치 있다. 고추장 민속 마을에 들어서면 집마다 장독대가 가지런히 정렬해 있고, 메주가 처마 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강천사 개념도

88고속도로 순창IC로 나와 순창 읍내를 우회해 담양 방면으로 가면 용치리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 좌측에 순창 전통 고추장 마을이 있다. 여기서 우회전해 곧장 달리면 자양리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해 직진하면 강천산 군립공원이 나온다.

순창 고추장 민속 마을: 된장, 쌈장, 장아찌를 그 자리에서 시식하고 구입할 수도 있다. 값은 어느 집이건 동일하며 전화하면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고추장 가격은 1㎏에 2만원, 된장은 1㎏에 1만 3000원이다. 담양 방면으로 3㎞ 지점 삼거리를 지나 24번 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다. 순창 전통고추장 영농조합 (063)653-4333

민속집(063-653-8880)은 순창 읍내 순창제2교 옆에 위치한 전통 한정식집으로 30가지가 넘는 반찬이 나온다. 토종 돼지고기를 순창 고추장으로 버무린 주물럭 구이가 별미. 한정식 1인분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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