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운용사는 고전, 가치주펀드 운용사는 선전

가치주 펀드에 주력한 자산운용사들이 올 들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 덩치가 크지 않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평균 이상 성적을 올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반대로 지속적으로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덩치가 큰 운용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치주 펀드 운용사 뜬다

2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자료를 의뢰해 국내 주식형 펀드 기준으로 설정액 200억원 이상인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평균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에셋플러스자산운용(14.4%), 한국밸류자산운용(13.7%), 신영자산운용(13.4%) 등이 1~3위에 올랐다. KB자산운용(6.9%)과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6.8%)은 그 뒤를 이었다. 37개 자산운용사의 평균 수익률은 1.2%였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 1(주식)Class C'의 올해 수익률이 14.4%를 기록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 1(주식)(C)'(17.0%),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A'(13.4%),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클래스C'(10.2%) 등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1.4%)보다 높았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전무는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된 종목은 경기 침체에도 꾸준한 성과를 낼 뿐만 아니라 시가 배당률이 높아져 배당 수익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던 이유는 지난 5월까지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하면서 일반 주식형 펀드들이 주로 투자한 대형주들이 힘을 쓰기 어려웠던 반면 가치주 펀드가 즐겨 투자하는 중·소형주가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 부진한 대형 운용사

대형 자산운용사의 수익률은 평균을 밑돌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4.1%), 삼성자산운용(-2.5%), 한국투자신탁운용(0.8%) 등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대형 운용사들의 성적이 약속이나 한 듯 전체 자산운용사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인디펜던스증권투자신탁K- 2(주식)C 5'(-6.9%), '미래에셋디스커버리증권투자신탁 3(주식)종류A'(-1.6%),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증권자투자신탁G 1(주식)종류C 5'(-4.0%) 등 대표 펀드가 일제히 고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도 마찬가지다. '삼성코리아대표증권투자신탁 1[주식](A)'(-3.3%), '삼성스트라이크증권투자신탁 1[주식](A)'(-2.8%) 등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 주식시장이 일정 범위에서만 움직이는 '박스권 장세'인 데다 펀드에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갈 경우 주식을 팔아 돈을 마련해야 하고,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이 나빠지게 된다. 실제로 대형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중에도 자금이 유입되는 펀드들은 선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대표 소비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연금저축 펀드인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코리아컨슈머연금증권전환형자투자신탁 1(주식)'이 올 들어 수익률을 6.0% 기록하고 있다. 연말 소득공제 혜택이 부각되면서 연금 펀드에는 최근 한 달 만에 438억원이 들어왔다. 삼성자산운용도 삼성전자·현대차·현대모비스 등을 골고루 담고 있는 '삼성대한민국신수종산업증권투자신탁 1[주식]_Cf'가 7.6% 수익을 거두고 있다.

☞가치주 펀드

기업의 실력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장기보유하는 이른바 '가치투자'를 원칙으로 세우는 펀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