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마 신연아, 이번엔 '샹송마마'

코러스로 20대를 보내며 쌓였던 아쉬움은 30대에 나선 무대 전면에 쏟아진 박수갈채로 털어냈다. 40대 문턱에 들어서니 이제야 음악과 인생이 무엇인지 조금 알 듯해져 청춘의 메카로 통하는 곳에 성큼 발을 들였다. 11월 2일 서울 홍대 앞 공연장 벨로주에서 낮 4시와 밤 8시 콘서트를 여는 전(前) 빅마마 리더 신연아(40)다.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신연아는 "빅마마 시절 보여줬던 음색이 선명한 푸른빛이라면 이번 공연은 파스텔톤 가을 하늘색"이라고 했다. 공연의 절반은 성폭력 피해 어린이를 위해 만든 노래 '모두 용서한다' 등 빅마마 시절 솔로 곡과 곧 녹음할 신곡들로, 나머지 절반은 애창 샹송들로 채운다. "대학에서 불문학 전공하고, 프랑스 유학했고, 그때 만난 남자와 국제결혼 했으니 이 나라와 인연이 깊지만, 그보다도 샹송의 묘한 매력을 전하고 싶었어요. 편안한 것 같아도 어렵고, 음악이 참 재지(jazzy)하거든요."

작은 공연장, 단 하루 공연이지만 비안(피아노)·박윤우(기타)·고상지(반도네온)·김성수(베이스) 등 실력파 연주인들로 밴드가 짜였다.

"재즈 연주자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어요, 하하. 작년에 재즈 보컬리스트 이부영 언니의 공연을 본 뒤 어지간한 재즈 공연은 다 봤고, 재즈인들과 어울리면서 인연이 닿았죠. 재즈인들을 보면서 대중의 인기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한 열정, 음악을 사랑하는 게 뭔지 지켜봤죠."

미리 들어본 공연 음원에서 신연아의 음색은 빅마마 시절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비우고 덜어내 그가 말한 '파스텔톤 가을 하늘색'이 손에 잡히고 눈에 걸릴 듯하다. 그렇다고 처지거나 여리지도 않다. 가령 '고엽'에선 '라시도파 솔라시미~'로 시작하는 이브 몽탕 버전이 "너무 올드하다"며 '라솔파미파 솔파미레미'로 박자와 음을 통째 뒤바꾼 에바 캐시디 버전을 택했다. '빠담빠담' '나를 떠나지 말아요(Ne me quitte pas)' 등도 부른다.

이젠 솔로 가수지만, 그가 30대를 바친 빅마마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다. 4인방이 듀오로 솔로로 제각각 쪼개지고 갈라져 활동하던 작년 말 느닷없이 '넷이 마지막으로 부른 고별곡'이라며 디지털 싱글('서랍정리')이 발표돼 어리둥절해한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 "2008년 앨범 때 불렀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맞지 않아 빼 미발표곡으로 남았던 노래인데 전 소속사에서 내겠다며 양해를 구하더라고요. 화음이 거의 없는 차분한 분위기와 노래 제목 때문에 정말 고별곡에 어울려요. 잘됐죠. '우린 이렇게 끝났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서 상상하시라'고 말한 셈이니까요."

호원대 실용음악학부 교수로 학생을 가르친 지 4년째. 최근 그의 제자들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승승장구하며 '교수 신연아'도 주목받고 있다.

"앞장서 가르쳐주기보단 애들의 성장 환경과 성격에 따라 심리적으로 접근해요. 장단점도 확실히 얘기해주고요. 주류 기획사와 계약하겠다는 아이에게 '네 음악과 안 맞는다. 멀리 보라'고 하고, 화음 잘 넣는 아이에게 '솔로보다 팀이 낫다'고 바로 이야기해주죠. '오디션을 경험 쌓는 차원 이상으로 여기지 말라'고 늘 강조해요. 그래서 오디션 거품 꺼진 게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계획을 물으니 진지한 얼굴로 '버스킹'(길거리 공연)이라고 했다. 볕 좋은 날 홍대 앞 거리 한편에서 노래 부르는 '교수'의 모습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공연 문의 (02)941-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