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0.31 04:00

[주말매거진] 세계적 다이빙 명소 뉴칼레도니아

 

물속에서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여기는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바닷속. 바닷속을 헤엄치다 고개를 들어 수면을 쳐다보니 햇빛에 실루엣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닷속이 하늘이고, 하늘이 바다처럼 보였다.

이른 아침 뉴칼레도니아 일데뺑(소나무 숲) 숙소를 나서 쿠니아 다이빙센터에서 프랑스 청년들과 보트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첫 다이빙 포인트였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하늘과 바다는 똑같은 빛깔이었다. 동행한 화가 사석원은 이런 색은 '옥취빛'이라 했다. 사진을 하는 내가 보기엔 블루 그러데이션이다. 온통 푸른 가운데 다른 색깔이라곤 우리가 탄 보트의 회색뿐이었다. 하지만 바닷속으로 들어서자 총천연색이 펼쳐졌다. 바닥에는 산호초 가루로 된 하얀 모래가 깔려있고 산호초 군락 사이로 비늘돔, 자붉돔, 대구, 흉상어, 왕관 모양 성게, 쥐치 같은 열대어가 형형색색 군무(群舞)를 펼치고 있었다.

한참을 가던 가이드가 뒤를 돌아보며 속도를 줄이라는 신호를 하면서 한 곳을 가리킨다. 산호초 사이로 커다란 물고기 꼬리가 보인다. 앞쪽으로 천천히 움직여 다가가 조심스럽게 산호초를 헤치자 앞으로 길게 돌출된 입과 눈, 상어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녀석은 아주 태연하게 산호초 사이를 헤엄쳐 떠난다. 귀찮다는 듯.

야트막한 구릉 같은 곳에 말미잘이 물결에 흔들린다. 미풍에 흔들리는 야자수 같다. 작은 물고기들이 야자수 나무 주변을 나비처럼 떼로 움직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30분이 흘렀다. 보트로 돌아갈 시간이다. 보트에 올라오자 비스킷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를 내민다. 꿀맛이다. 낙엽처럼 흔들리는 보트에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본다. 여기가 아직 물속인가?

1시간 정도 휴식 후 2차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했다. 첫 다이빙보다 난도가 좀 높은 곳이다. 깊이는 28m 정도. 산악 지형처럼 구릉도 많고 협곡이 있어 다이빙하는 재미는 훨씬 좋다. 절벽엔 수많은 산호가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난다. 높은 산 8부 능선쯤에서 가을 단풍을 감상하는 것 같다. 산호초를 즐기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물속 가이드가 손으로 전진 앞으로를 지시한다. 오르락내리락 산호초 숲을 지나다 바닥에 개구리 알 같은 것을 발견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알 사이로 니모가 움직이다. 니모 알인가? 좀 크다. 가이드가 다가가서 공기방울로 불자 조금씩 움츠러든다. 손으로 살짝 만지자마자 쏜살같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놀라운 속도였다.

절벽을 따라가니 2차 다이빙의 절정인 협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동행한 프랑스 다이버들이 흥분한 것 같다. 갑자기 협곡 중간쯤에서 바닥을 향했다. 할 수 없이 같이 내려갔다. 수심 28m 바닥에서 위를 바라보자 눈부신 햇살 사이로 양쪽 절벽에 수많은 산호초가 넘실거리고 물고기떼가 블루 그러데이션 컬러 사이로 반짝거렸다. 몽롱한 상태로 서있었다. 아차! 사진을 찍어야지. 카메라를 들고 나서 후회했다. 가져간 렌즈로는 협곡을 담을 수가 없었다. 중간에 있던 가이드가 빨리 올라오라고 수신호를 연신 보낸다. 정신 차리고 천천히 물 위로 올라왔다.

뉴칼레도니아 위치 그래픽
☞뉴칼레도니아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있는 남태평양 열대섬으로, 현재 프랑스령이다. 수도는 누메아. 남한보다 작지만, 섬의 60% 이상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뉴칼레도니아는 이미 3천년 전부터 원주민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원주민들은 멜라네시안 계통으로 카낙(kanak)이라 불리는데 하와이 말로 ‘사람’을 뜻하는 카나카(kanaka)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여행 수첩

■인천국제공항에서 에어칼린 항공을 이용해 주 2회 뉴칼레도니아에 갈 수 있다. 인천~누메아 직항노선은 매주 수·일요일 오전 출발한다. 연평균 20~28도로 따뜻하고 쾌적하다.

뉴칼레도니아 관광청 www.new-caledonia.co.kr (02)732-4150

1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치바우 문화센터. 2  아메데 등대섬
1 세계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치바우 문화센터. 소나무와 원주민 전통가옥을 접목해 설계했다. 2 나폴레옹 3세 때 지어진 등대가 서있는 아메데 등대섬. 56m 등대 위에서 내려다보면 등대섬의 숲과 해변이 블루와 화이트로 대조되는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최순호 기자, 뉴칼레도니아 관광청 제공
[가볼만한 곳]

치바우 문화센터: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소나무와 원주민의 전통가옥 까즈를 모티프로 설계했다. 세계 5대 건축물로 손꼽힐 정도로 카낙 전통의 예술성을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 설계해 독특한 조형성을 자랑한다. 치바우는 부족 통합과 독립운동에 앞장선 카낙 민족 지도자. 1989년 극단주의자에게 암살당하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1998년 티나 반도 연안에 세웠다.

일데뺑 섬: 누메아에서 비행기로 20분 정도 걸리는 소나무 섬. 오로 만에 천연 풀장이 있다. 빽빽한 소나무 숲과 거대한 바위가 천연 풀장을 감싸고 있다. 1~2m 정도 얕은 수심에 남태평양에서 유입된 산호와 열대어를 감상할 수 있다.

블루리버 파크: 누메아에서 45km 정도 떨어진 야떼 지역에 있다. 에코 투어의 천국이다. 도감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 동식물이 가득하다. 소나무의 조상급인 아로카리아 소나무, 침엽수와 활엽수의 중간 형태인 카오리 나무, 뉴칼레도니아의 상징인 날지 못하는 새 카구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중생대 쥐라기 동식물들도 만날 수 있다. 쥐라기 공룡 다큐멘터리 대부분은 밑그림을 여기서 촬영한다.

아메데 등대섬: 외딴 섬에 오롯이 선 등대가 전부다. 247계단, 56m 등대는 나폴레옹 3세 때 지어졌다. 누메아에서 배로 40분 정도 걸린다. 블루와 화이트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인기 있는 당일 투어 코스로 꼽힌다. 온종일 해변에 누워 느림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