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여기는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 바닷속. 바닷속을 헤엄치다 고개를 들어 수면을 쳐다보니 햇빛에 실루엣으로 보이는 풍경은 바닷속이 하늘이고, 하늘이 바다처럼 보였다.
이른 아침 뉴칼레도니아 일데뺑(소나무 숲) 숙소를 나서 쿠니아 다이빙센터에서 프랑스 청년들과 보트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첫 다이빙 포인트였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하늘과 바다는 똑같은 빛깔이었다. 동행한 화가 사석원은 이런 색은 '옥취빛'이라 했다. 사진을 하는 내가 보기엔 블루 그러데이션이다. 온통 푸른 가운데 다른 색깔이라곤 우리가 탄 보트의 회색뿐이었다. 하지만 바닷속으로 들어서자 총천연색이 펼쳐졌다. 바닥에는 산호초 가루로 된 하얀 모래가 깔려있고 산호초 군락 사이로 비늘돔, 자붉돔, 대구, 흉상어, 왕관 모양 성게, 쥐치 같은 열대어가 형형색색 군무(群舞)를 펼치고 있었다.
한참을 가던 가이드가 뒤를 돌아보며 속도를 줄이라는 신호를 하면서 한 곳을 가리킨다. 산호초 사이로 커다란 물고기 꼬리가 보인다. 앞쪽으로 천천히 움직여 다가가 조심스럽게 산호초를 헤치자 앞으로 길게 돌출된 입과 눈, 상어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녀석은 아주 태연하게 산호초 사이를 헤엄쳐 떠난다. 귀찮다는 듯.
야트막한 구릉 같은 곳에 말미잘이 물결에 흔들린다. 미풍에 흔들리는 야자수 같다. 작은 물고기들이 야자수 나무 주변을 나비처럼 떼로 움직인다. 눈 깜짝할 사이에 30분이 흘렀다. 보트로 돌아갈 시간이다. 보트에 올라오자 비스킷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를 내민다. 꿀맛이다. 낙엽처럼 흔들리는 보트에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본다. 여기가 아직 물속인가?
1시간 정도 휴식 후 2차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했다. 첫 다이빙보다 난도가 좀 높은 곳이다. 깊이는 28m 정도. 산악 지형처럼 구릉도 많고 협곡이 있어 다이빙하는 재미는 훨씬 좋다. 절벽엔 수많은 산호가 햇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난다. 높은 산 8부 능선쯤에서 가을 단풍을 감상하는 것 같다. 산호초를 즐기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물속 가이드가 손으로 전진 앞으로를 지시한다. 오르락내리락 산호초 숲을 지나다 바닥에 개구리 알 같은 것을 발견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알 사이로 니모가 움직이다. 니모 알인가? 좀 크다. 가이드가 다가가서 공기방울로 불자 조금씩 움츠러든다. 손으로 살짝 만지자마자 쏜살같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놀라운 속도였다.
절벽을 따라가니 2차 다이빙의 절정인 협곡이 눈앞에 펼쳐졌다. 동행한 프랑스 다이버들이 흥분한 것 같다. 갑자기 협곡 중간쯤에서 바닥을 향했다. 할 수 없이 같이 내려갔다. 수심 28m 바닥에서 위를 바라보자 눈부신 햇살 사이로 양쪽 절벽에 수많은 산호초가 넘실거리고 물고기떼가 블루 그러데이션 컬러 사이로 반짝거렸다. 몽롱한 상태로 서있었다. 아차! 사진을 찍어야지. 카메라를 들고 나서 후회했다. 가져간 렌즈로는 협곡을 담을 수가 없었다. 중간에 있던 가이드가 빨리 올라오라고 수신호를 연신 보낸다. 정신 차리고 천천히 물 위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