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오버 뱅킹(over banking)… 은행, 많아도 너무 많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조6600억원 급감한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와 저금리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 문제는 단기간에 호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 문제는 국내 금융시장 규모에 비해 은행 수나 지점 수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오버 뱅킹(over-banking)' 이슈를 제기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 지점 11% 적자 상태

오버 뱅킹이란 한 국가의 경제 규모나 경제활동인구에 대비해 지점과 ATM을 포함하는 점포 수가 과도하여 은행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IMF 외환 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의 결과로 은행 숫자는 많지 않기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에서 오버 뱅킹 논의는 지점이나 ATM 숫자가 과잉인지 아닌지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지점 수를 보면 우리나라가 오버 뱅킹 상태인지 확실치 않다. 국내은행의 2012년 말 기준 지점 수는 총 7698개인데, 성인 인구 10만명당 지점 수는 20.3개, 국내총생산(GDP) 10억달러당 지점 수는 6.9개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인 33.2개와 8.2개보다 적다. 그렇지만 은행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우체국예금의 지점 2810개까지 포함하면, 인구 10만명당 지점 수는 27.7개, 경제 규모 대비 지점 수는 9.1개로 늘어난다.

OECD 국가 중에서 은행 지점 수가 과다한 스페인·이탈리아·포르투갈·그리스 등보다는 지점 수가 적지만 금융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캐나다·스웨덴 보다는 많다.

하지만 ATM 수를 기준으로 보면 오버 뱅킹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은행의 ATM 수는 10만명당 270.1대로 OECD 국가들의 평균 (100.3대)에 비해 2.7배나 많아 OECD 국가 중에서 인구당 ATM 숫자가 가장 많다.

또 지점의 수익성 지표는 오버 뱅킹 상황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2007년 27억3000만원에 달했던 국내 은행의 지점당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 규모는 올해 11억8000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돼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의 11억1000만원과 비슷한 수준까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은행 전체 지점의 약 11%에 해당하는 900여개의 지점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 국내은행 ATM은 1대당 평균 166만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ATM의 경우 숫자와 수익성 모든 측면에서 전형적인 오버 뱅킹 상황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의 활용 비중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오버 뱅킹 수준은 앞서 설명한 수치에서 보는 것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오버 뱅킹 해소 전략은?

최근 오버 뱅킹에 대한 은행들의 대응은 주로 적자 점포 폐쇄를 통한 지점 수 축소나 인력 감축 등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한 방안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버 뱅킹 해소의 목적이 결국 은행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영업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오버 뱅킹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버 뱅킹 해소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작년 7월 NH농협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국내 고객들은 금리 등 경제적 혜택보다도 점포 이용 편리성을 주거래 은행 선택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점과 ATM 기기의 숫자가 줄어 경쟁 은행들보다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고객 확보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주거래 고객에 대한 다양한 교차판매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오버 뱅킹 문제에 대한 은행의 대응은 지점과 ATM과 관련된 수익, 비용만 고려할 게 아니라 지점과 ATM이 은행 전체 비즈니스 차원에서 어떤 기여를 하는지 정밀한 분석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 현실적으로 노사 문제 때문에 인력 감축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점포 수는 줄이더라도 핵심 지역의 점포당 영업 인력 수를 증가시킴으로써, 지점 내에서의 금융 상담이나 상품 판매 역량을 높이는 등 유연한 인력 구조조정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위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자전거 바퀴살이 바퀴 중심에 모이는 것과 비슷한 형태의 조직을 갖추는 것)' 모델 등을 통해 자원을 집중해야 할 점포와, 이를 중심으로 유연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점포를 배치하는 전략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오버뱅킹 정도가 심각한 ATM 부문의 경우, 은행들의 대응과 금융 당국의 정책적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지점들은 이미 하나둘씩 짐 싸]

1년만에 지점 11% 줄여… 모바일·인터넷 거래로 수익 감소

‘오버 뱅킹’ 논란이 벌어지는 은행업계와 달리 국내 증권업계는 이미 혹독한 ‘지점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증권사의 주 수익원인 주식 매매 수수료가 모바일, 인터넷 주식 거래의 확산으로 떨어지면서 수익이 줄어드는 데다 개인의 주식 거래마저 줄어들어 고(高)비용의 지점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62개 증권사의 국내 지점은 1549개였다. 이는 1년 전의 1744개보다 195개(11%)나 줄어든 것이다. 대신증권은 115개에서 84개로 31개나 줄였고, 미래에셋증권도 99개에서 78개로 21개나 줄였다.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한화투자증권, 동양증권, SK증권, 메리츠증권 등도 1년 사이에 지점을 10개 이상 줄였다.

특히 최근 증권사들은 영업의 전략적 요충지인 서울 강남에서도 하나둘씩 짐을 싸고 있다.

올 들어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146건의 지점 폐쇄 신고 중 전체의 51.4%인 75곳이 서울 소재고, 이 가운데 4분의 1인 36곳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 몰려 있다. 강남에 중복 점포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점 유지 비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는 것도 한 이유다.

증권사들이 지점 다이어트에 들어간 직접적인 이유는 수익 감소다. 62개 증권사는 2013회계연도 1분기(4~6월)에 11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4461억원을 기록한 직전 분기보다 73.3%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