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스모그의 공습… 빠르면 6시간 만에 서울 하늘 뒤덮는다

지난 29일 경기 동두천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평상시의 5배인 시간당 255㎍/㎥까지 치솟았다. 인천도 138, 서울은 112㎍/㎥까지 기록했다. 동두천의 미세먼지 농도 255㎍/㎥는 환경부가 정한 기준치(24시간 100㎍/㎥)의 2.5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에서 발생한 스모그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공습하고 있다. 중국에서 석탄 사용량이 늘면서 스모그가 작년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는 내년 봄까지 어느 때보다 심한 스모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일년 중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기간은 보통 중국의 겨울철인 12월에서 3월 사이다.

중국의 스모그는 주로 베이징 일대 화북지방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 스모그는 겨울철 북서풍을 타고 빠르면 6시간, 보통 하루이틀 만에 서해를 건너 한반도를 뒤덮는다. 전문가들은 중국 스모그가 서해를 건너오는 동안 약간 희석되긴 하지만, 보통 40~50%는 그대로 한반도에 넘어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스모그는 봄철 황사보다 초미세먼지(PM-2.5)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말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공기 입자 중 초미세먼지 비율은 황사 때는 20~30% 정도지만 스모그가 발생할 때는 60~70%에 이른다. 초미세먼지는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폐에 침투해 호흡기계 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입자가 큰 미세먼지 보다 건강에 더 치명적이다.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전체 조기 사망률은 0.8% 높아지고 65세 이상 노인의 조기 사망률은 1.1% 높아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국발 스모그에는 납과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 성분이 다량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다. 전영신 기상청 황사연구과장은 "흙먼지가 그대로 날아오는 황사와 달리, 스모그는 각종 화학물질과 중금속 성분이 햇볕을 받아 화학 작용을 일으키면서 독성이 더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몽골 내륙의 특정한 사막 지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달리 스모그는 오염 물질 배출원과 배출량이 파악이 안 돼 예보하기도 어렵다. 중국 정부는 오염 물질 배출원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요 오염 물질 배출원은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 동쪽 해안에 밀집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북서풍이 불어올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스모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30~31일에는 일시적으로 스모그 농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1일부터 다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환경과학원은 예상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중·일 3국은 지난 5월 환경 장관 회의에서 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한 상태다. 정복영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은 "협의체를 통해 중국의 오염 물질 배출원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의 청정연료 기술 이전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 간 협의에는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는 미국에서 발생한 오염 물질 때문에 캐나다에 산성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만 10년이 넘게 걸렸다"며 "당장은 스모그를 예측해 대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만 예보하고 있다. 초미세먼지에 대해선 2015년부터 예보할 예정이다. 그때까지는 미세먼지의 추이를 통해 초미세먼지의 양을 짐작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미세먼지(PM-10)는 입자 크기가 10㎛ 이하, 초미세먼지(PM-2.5)는 2.5㎛ 이하인 먼지를 말한다. 둘 다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키지만, 초미세먼지는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사람 폐포 깊숙이 침투해 특히 위험하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기준은 하루 평균 100㎍/㎥ 이하, 초미세먼지 기준(2015년 적용)은 50㎍/㎥ 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