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유지한 美… 원貨절상 압박 누그러질듯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30일(현지시각) 초저금리 정책과 중앙은행이 매달 850억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여 달러를 시중에 푸는 양적완화 규모를 그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기존 정책 노선의 유지인 만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낙관적인 입장을 FOMC가 보인 것은 선진국 경기 회복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라는 점에서 희소식으로 해석된다. 반면 양적완화 축소가 언젠가는 닥칠 일인 만큼 정부와 당국이 금융시장의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실물경제 회복 확인…원화 절상 제한될 듯

지난달 미국 정부 장기 폐쇄 여파로 미국에서 부진한 경제지표가 속속 나오자,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침체)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FOMC의 진단은 선진국 경기에 민감한 우리 기업들에는 일단 좋은 소식으로 해석된다.

또 원화 절상 압박이 다소 누그러져 수출기업의 숨통도 조금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는 FOMC 발표 후 강세로 전환했다. 31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0.5원 오른 1060.7원으로 마감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정부 폐쇄와 양적완화 축소 지연 기대감으로 달러화 환율이 급락했지만, 양적완화 축소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원화 강세 기조가 유지되더라도 강세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여전…금융시장 혼란 대비해야

하지만 FOMC가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아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의 예상은 내년 3월설 또는 6월설 등 점점 늦춰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FOMC의 경제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올해 12월 또는 내년 1월 축소설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LIG투자증권 윤기현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 시기에 대한 추가적인 코멘트를 기대했지만 특별한 것이 없어 불확실성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 등에 큰 영향을 받을 경우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일시에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31일 증시에서도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 탓에 코스피가 1.43% 급락했다. 외국인 '44일 연속 순매수' 행진도 이날 막을 내렸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 김기민 연구원은 "현재 금리 수준은 양적완화 축소 지연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한 수준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경제지표의 개선과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맞물려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언제이든 간에 일단 현실화되면 지난 8월과 같은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우리 금융시장이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좌우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외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외국인 자금의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시장과 대화를 통해 쏠림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동반 진행되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내년 중반쯤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