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타리스트 3人, 특별제작 '꿈의 펜더(장인이 만든 커스텀숍 시그니처 기타)' 받는다

"이런 날이 과연 나에게 올 수 있을까, 살면서 이렇게 좋은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을 만큼 기쁩니다." 신대철(46)이 말했다. 무척 과묵한 그가 이처럼 기뻐할 만한 일이 있다. 미국 기타 회사 펜더(Fender)가 그와 김목경(54), 김도균(50)에게 특별히 제작한 기타를 증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들 세 명을 '펜더를 연주하는 한국의 대표 기타리스트'로 선정해 오는 13일 미국 LA에서 증정식을 연다. 펜더사는 지난 200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 신중현에게 특별제작한 기타를 증정한 바 있어, 신중현의 장남 신대철에겐 더욱 감회가 큰 이벤트다.

펜더는 깁슨(Gibson)과 함께 세계 일렉트릭 기타의 양대 산맥으로, 1951년 사상 최초로 울림통이 없는 솔리드 보디(solid body) 기타를 생산했다. 펜더 특유의 디자인은 60년이 지난 지금껏 유지되고 있으며, 수없이 많은 기타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다. 세 기타리스트는 자신들이 요청한 사양대로 펜더의 기타 장인(匠人)이 손수 만든 '펜더 커스텀숍 시그니처(Custom Shop Signature) 기타'를 선물받게 된다. 기타 헤드에는 이들 각각의 사인이 새겨진다. 기타리스트 3인을 지난달 30일 서울 신사동 '펜더 커스텀샵 쇼룸'에서 만났다.

"미국 뮤지션 속담에 '당신에게 필요한 기타는 오직 한 대다'라는 말이 있어요. 결국 그 기타 한 대가 나를 먹여살릴 거라는 뜻이죠. 내게는 펜더 1962년 모델이 바로 그 기타입니다."(김목경) "펜더는 단순히 기타 브랜드가 아닌, 록 음악이라는 20세기 문화를 만들어 낸 회사죠. 이제야 기타리스트로 성공한 느낌이에요."(김도균)

레오 펜더(1909~1991)가 1946년 창업한 펜더사는 전기기타와 전기베이스, 앰프를 주로 생산한다. 1951년 처음 생산한 기타는 펜더 텔리캐스터이지만, 1954년 생산을 시작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는 1902년부터 각종 기타를 생산해 온 깁슨을 제치고 '전기기타의 상징'이 되었다. 신대철은 "스트라토캐스터 소리는 똘망똘망한 느낌이고 텔리캐스터는 무겁고 날카로운 소리가 나기 때문에 좀 더 헤비한 곡을 녹음할 때 텔리캐스터를 쓴다"고 했다.

펜더는 유명 기타리스트들에게 기타를 증정하거나, 특정 뮤지션이 즐겨 연주한 기타와 똑같은 사양을 갖춘 '시그니처 모델'을 만들어 왔다. 에릭 클랩턴, 제프 벡, 지미 헨드릭스, 스티비 레이 본 등의 시그니처 모델이 지금까지 생산됐다. 특히 커스텀숍에서 수작업으로 만드는 기타는 해당 뮤지션이 오랫동안 사용해 칠이 벗겨지거나 때가 묻고 갈라진 것까지 일일이 복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펜더 수입사 '기타네트' 박종호 대표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펜더를 연주해 온 최고 연주자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의 이벤트"라고 말했다.

김목경은 자신의 애기(愛器)와 똑같은 1962년형 스트라토캐스터를 주문했다. 칠이 좀 벗겨진 모양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도균은 1963년 모델에 픽업 같은 전자부품은 최신형으로 달아달라고 요청했다. "2013년의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신대철은 1962년과 63년 모델을 조합해달라고 했다.

김목경은 대학 때 처음 펜더를 연주했고, 김도균은 18세 때 갖고 있던 깁슨을 펜더로 바꾼 이후 오직 스트라토캐스터만 연주한다. 펜더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신대철은 "열 살 때 '펜더 뉴포터'란 통기타로 기타를 배웠고, 이후 그 옆에 있던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자연스레 치게 됐다"고 말했다. 증정받은 기타로 14일 LA의 클럽에서 합동 공연할 예정인 세 사람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기념공연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