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나홀로 호황… 판매량, 8년만에 소형차 제칠 듯

쌍용자동차는 올해 1~10월 국내 판매량이 5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 가까이 판매가 늘었다. 이 추세라면 르노삼성을 제치고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내수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도 매출 8375억원, 당기순이익 15억원으로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쌍용차의 상승세는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가 이끌고 있다. 지난 8월 출시한 SUV '뉴 코란도C'를 비롯, '코란도C 스포츠' '렉스턴' 등 주력 SUV의 판매 증가율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이상 늘어났다.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판매·생산·수출 등 전 분야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SUV가 완성차 업체의 실적 판도를 좌지우지할 정도다.

현대·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는 올해 1~10월 국내 시장에서 23만6127대의 SUV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차(19만7799대)보다 4만대 가까이 판매 대수가 많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SUV가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급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SUV가 소형차(26만2068대)보다 5100여대 적은 2위였다.

수출에서도 SUV가 소형차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까지 SUV 수출은 작년보다 7% 이상 늘어난 70만여대를 기록했다. 반면, 소형차 수출은 88만여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가량 줄었다.

내수·수출의 동반 증가세에 SUV 생산 대수도 9%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9월 말까지 생산된 SUV는 모두 91만6301대로 국내 전체 승용차 생산량(297만1634대)의 31%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만든 차 3대 중 1대가 SUV인 셈이다.

SUV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 실용적인 자동차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해마다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서도 현대차 '뉴 투싼ix', 기아차 '더 뉴 스포티지R', 한국GM '트랙스' 등의 신차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판매 대수를 끌어올렸다.

SUV 판매 실적에 따라 업체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주력 모델인 'SM3' 'SM5' 등 중소형 세단 판매가 정체된 데다, SUV 모델인 'QM5'가 올해 1~10월 약 4000대 팔리는 데 그치면서 쌍용차에 내수시장 4위 자리를 내줬다.

르노삼성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올 연말 모기업 르노가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는 '캡처'를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한 'QM3' 디젤 모델을 들여올 방침이다.

해외에서도 SUV가 강세다. 올해 상반기 세계시장에서 SUV는 약 715만5000대가 팔렸다. 작년 상반기보다 11%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미국과 유럽은 10% 이상, 중국은 43%나 시장이 커졌다.

BMW·아우디·벤츠 등 독일 고급차 브랜드도 소형 SUV를 출시해 SUV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