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하는 도전의 무대 '2013 K- BALLET WORLD'

아득한 시공간의 영역이다. 현재와 과거가 어우러져서 하얀 꽃잎으로 변한 발레리나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공간을 뛰어넘었다. 그곳엔 이미 시간이 떠나있다. 영역의 한계도 멈추어버렸다.

숨을 죽이고 바라보는 시선과 그 시선 너머로 음률에 따라 흔들리는 몸의 움직임이 고요를 깨고 있다. 숨을 멈춘 듯 마음이 그곳에서 함께 춤을 추면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꺼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다. 역사로 이어지는 춤의 몸짓이 오래전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포용하는 오늘의 무대 위에서 우리가 품고 있는 꿈이 찬란한 날개를 펼치고 있다.

동서양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신비와 황홀함의 경지에 이르는 멈춤이 음악을 따라 정지되어 사고의 영역을 뛰어넘고 있었다.

하얀색에서 붉은색으로 분홍색에서 푸른색으로 빛깔을 바꾸어가면서 무대 위의 현란한 꽃으로 피어나고 있는 꿈이다. 때로는 미워하고 때로는 사랑하며 살아가는 마음의 갈등은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움직이는 역동의 춤으로 살아나고 있다.

가을밤의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2013년 K-Ballet World Festival'이 열흘간의 마지막 폐막식을 장식하는 창작발레 무대가 숨 가쁜 시간으로 이어진다. 한국 고전에 기반을 두고 창작된 발레로 우리 음악과 우리 복식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K-Art의 조주현 발레단의 춤이 현란함으로 무대를 움직인다.

한국적인 소재로 안무 된 광주 시립발레단의 <성웅 이순신>, 1막 2장의 강강수월래에서 뛰어난 신체의 조건을 지닌 발레리노의 유연한 움직임은 세계무대를 향하는 놀라운 동작의 어울림이다.

잡히지 않는 사랑을 애타게 그려가듯이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두 사람이 아닌 하나의 사랑이 되기도 하고 두 모습의 사랑으로 분리되는 갈등의 요소를 어둠 속에서 이어가지만 하나의 호흡과 서로를 향하는 이해의 소통으로 완성되어 갈 수 있는 관계의 새로운 시도를 다양한 동작으로 펼쳐간다. 발레리나 김주원과 한국무용가 이정윤의 무대이다.

꿈길이다. 어느 꿈길에서 만나는 감성을 따라서 걸어가는 길이 실제의 꿈처럼 다가온다. 막막한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던 하나의 실체가 내 곁으로 그 형태를 드러낸다. 잡히지 않는 꿈의 세계에 가슴은 숨이 차다, 따라주지 않는 꿈의 느낌이 답답함으로 온몸을 에워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발레 전공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이루어진 조주현 발레단이 이어가는 비몽(Dreamlike)의 무대는 내가 꿈을 꾸는 듯한 환상으로 착시를 일으킨다. 꿈의 실체가 다가오는 듯한 음악과 몸짓으로 객석에 전달되어 실제로 내가 그 꿈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는 답답함이 가슴을 조여오는 아픔이 된다.

현대발레가 특수성을 도입한 2013년의 K-Ballet World Festival의 다섯 번째의 마지막 시간에 함께 하였던 무대였다. 순수예술의 국제화를 향한 도전이 한국적 소재로 새로운 창작발레를 시도하였다.

서구문화의 전유물이라 생각되었던 발레를 한국적 발레 의상의 디자인과 우리 음악으로 이어가는 전통적인 문화의 도입으로 새로운 구성의 시도를 하였던 도전의 시간이 무대를 떠나는 시간이었다. 혼신을 다해 무대를 채우던 열정이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꿈은 스스로 꿈을 꾸는 자의 몫이다. 무대 위에서 스스로의 꿈을 온몸과 마음으로 키워가는 아름다움의 몸짓들이 세계를 향하는 무리 없는 도전의 열정으로 가득하였다. 그네들의 날갯짓이 세계의 무대 위에서 환상의 나래를 가득하게 펼치기를 응원하면서 박수를 보내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