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면 타락… 자기만족이 행복의 첫걸음이죠

"히말라야에 살면서 만난 이름 없는 사람들의 착한 삶과 맑은 영혼을 책에 담았습니다. 욕망 속으로 질주하느라 가까이 있는 보석을 놓치고 사는 한국인들이 참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달라이라마의 한국인 제자'로 유명한 청전(淸典·60·사진) 스님이 신간 '당신을 만난 건 축복입니다'(도서출판 휴)를 들고 3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1987년 인도 순례길에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 들렀다가 만난 달라이라마에게 감동해서 이듬해부터 아예 다람살라로 옮겨가 수행하고 공부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가 다람살라 도착 이래 단골로 다니고 있는 푸줏간 주인 삼형제, 매일 4㎞씩 험준한 산길을 70년 동안 오르내리며 힌두교 사원에 버터 불과 향(香)을 올렸던 뿌자리(사원지기), 인생의 황혼길에 마지막 성지(聖地)순례에 나선 노인 등 그가 '참 스승'이라고 부르는 인도인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해마다 여름에만 길이 열리는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 지역을 한 달씩 순례하며 한국에서 공수해 온 의약품과 생활용품을 전달하면서 보고 들은 티베트 공동체의 속살도 엿볼 수 있다.

청전 스님은 가톨릭 신부가 되는 길을 밟다가 출가했다. "광주가톨릭대에 다닐 때 송광사를 찾았는데 구산(九山) 스님께서 "학생은 전생에 천축국(天竺國)의 고행승(苦行僧)이었다"고 말씀하신 것이 비수처럼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10년 동안 전국의 선방(禪房)을 돌며 수행하던 그는 풀리지 않는 질문들을 안고 해외 성지 순례에 나섰다. "달라이라마를 처음 만났을 때 인간적이고 솔직한 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고위 성직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선이 전혀 없이 무슨 질문을 해도 진솔하게 대답했어요. 아,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생각했지요."

청전 스님은 다람살라 도서관 부근의 한 민박집에 머물면서 명상·독서·봉사로 살아간다. 달라이라마의 법회가 열리면 빠짐없이 참석하여 한국인을 위한 통역을 도맡아왔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후원자들이 그의 생활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청전 스님은 "넘치면 타락하고, 필요하다고 다 가지려면 우주가 부족하다"며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행복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