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ATM機에서 돈 뽑아보니… 토종카드 쓰는 게 비자·마스터카드보다 낫다

흔히 해외에선 국내 신용카드는 쓸 수 없다고 생각하고 비자·마스터 등 국제 브랜드 카드로 결제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토종 신용카드로도 얼마든지 해외 사용이 가능하다. BC카드의 '글로벌 카드', 신한 유어스 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비자·마스터 등은 결제 금액의 1% 이상을 '해외거래 수수료' 명목으로 소비자에게 청구하고 있지만, 토종 카드(BC글로벌카드 기준)는 이런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연회비도 국내 카드가 비자·마스터보다 5000원가량이 싸다. 굳이 국제 브랜드 카드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만 ATM기기에서 출금 때 국내 카드가 0.35% 싸다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에 출장을 가 시내의 현금입출금기(ATM)에서 국내 한 은행의 계좌와 연결된 비자카드와 BC은련카드(BC카드가 중국 은련사와 제휴해 만든 국제결제카드)로 각각 1000대만달러(TWD)를 출금해봤다. 한국에 돌아와 결제 금액을 확인해보니 비자카드는 4만137원, BC은련카드는 3만9997원이었다. BC은련카드로 출금했을 때 같은 양의 돈을 찾더라도 140원(0.35%)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비자카드가 사용 금액의 1%를 해외 사용 수수료로 청구하는 반면, BC은련카드는 이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BC카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총 청구 금액이 1% 차이가 나야 하지만, 비자카드와 BC카드가 환율을 적용한 시점이 달라 차액이 1%로 이하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비자·마스터카드, 국내에서 써도 로열티 낸다

비자·마스터 등은 소비자가 해외에서 결제할 때뿐 아니라 국내에서 결제할 때도 사용 금액의 0.04%를 '로열티' 명목으로 국내 카드사로부터 받고 있다.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자·마스터·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국제 브랜드 카드사들이 국내 사용 금액에 대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2년 반 동안 받아간 금액이 2835억8100만원에 이른다. 반면 국제 브랜드 카드의 해외 사용분에 대해 지출한 수수료는 393억원에 그쳤다. 이처럼 수수료의 주객이 전도된 것은 지난해 국제 브랜드 카드의 해외 이용 실적은 6조5000억원에 그친 반면 국내 이용 실적은 271조62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해외 사용 비중(금액 기준)은 전체 카드 사용액의 3%도 채 안 되는데 쓸데없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들은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토종 카드 대신 국제 브랜드 카드 발급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비밀은 카드사들이 국제 브랜드 카드사들로부터 받는 '인센티브'에 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카드를 발급하고 있는 20개 카드사·은행이 지난 2년 반 동안 국제 브랜드 카드사로부터 받은 인센티브는 1067억8000만원에 달했다.

◇국내 카드사들, 해외 결제망 확보가 과제

해외 결제가 가능한 토종 카드들의 약점은 비자·마스터 등 글로벌 대형 브랜드보다 가맹점 숫자가 적다는 것이다. BC글로벌 카드는 동유럽 일부 지역에서 승인이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카드사들은 해외의 결제망 회사들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해외 결제를 하고 있는데, 미국은 디스커버, 중국은 은련, 일본은 JCB 등과 제휴하는 식이다. 수십년간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비자·마스터보다 가맹점이 적기 때문에, 카드 승인이 거절될 수 있는 것이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BC글로벌이 제휴한 디스커버는 우리 결제망의 90%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BC카드 관계자는 "제휴망을 계속 넓혀가고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비자나 마스터보다 결제망이 오히려 더 넓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