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어둠의 혼령 같다. 밤이 지나고 금빛 햇살이 밝은 아침이면 모기는 세상에서 스스로 자취를 감춘다. 유령의 날개를 어둠 속에 펼쳐, 에너지 대사를 하는 온기가 있는 생명체를 향해 달려든다. 그 대상이 아무리 영악하고 지성과 감성과 의지를 가진 인간이라도 이 암흑의 혼령에게는 한낱 정적인 느린 존재에 불과하다.
어둠 속에서는 크다고 센 게 아니다. 이 생물체의 본능과 그 면면히 이어지는 모기의 다산성은 인간의 두 팔이나 동물의 네 다리가 홀로 감당하기 어렵다.
모기는 밤의 상어 같다. 70년대 히트 영화 '조스'에서처럼 모기는 기체 속을 좌우로 흐느적거리며 지나간다. 고성능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하면 어둠 가운데 기체 속을 저공비행하는 절대 강자의 대단한 단면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모방은 발명의 어머니라고 하니 이 모기의 유영법을 연구하면 대지를 달구는 더운 공기가 희박해도 비행 수단이나, 모기를 기체를 이용한 잡아 죽이는 기발 난 특허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모기는 병리적인 집착의 테러리스트다. 인간의 레토릭은 말로 시작해 행동으로 옮아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물론 행동으로 이어져 다시 말로 대를 이어 피의 복수를 하는 문명집단도 인류에는 찾아볼 수 있다.
모기는 한번 시작하면 그 본능에 의해 끝을 보는 아주 잔혹한 생물이다. 한번 찾은 먹잇감이라도 밀림의 사자든 산맥을 넘나드는 호랑이도 포기하건만 모기에게는 시간의 문제이고, 진퇴의 정도일 뿐 그 대상체를 향한 집념은 죽어야 끝이 난다.
시간의 축에서 그의 이동 반경은 먹잇감의 원점에서 반비례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전술적인 선택이다. 그 생물체는 현혹적인 방향과 비행술로 현장에 돌아온다. 갈지자로 수평 비행을 하기도 하고, 고위도에서 하강하는 전술 비행도 때로 하거나, 아니면 수직 절벽을 오르는 등산가처럼 근방의 수직면에 달라붙어 두 눈이 붙은 대상체의 얼굴이 사라지고 검은 머리가 보이면 그때 소리 없이 덤빈다.
모기는 비겁한 혹리다. 한없이 잔인하게 굴다가도 세가 불리해져 잠시 비행하여 달아나기 곤란해지거나 뭔가 인간이 휘두른 공포의 모기채에 툭 한번 빗맞아 떨어지면 그 가는 다리와 몸체를 사시나무 떨듯 바르르 떨며 공포를 연기하기도 한다.
아니면 모기약을 잠시 맞기라도 했다 죽은 듯 있다가도 이내 순식간에 현장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때로 공포에 삼십육계 줄행랑을 칠 때는 아래위로 일종의 전기적 사인파(정현파)를 그리며 달아나기도 한다. 모두 그의 생명을 위해 자연이 예비한 프로그램대로 그럴 거다. 인간은 감성의 동물인가, 가끔 그런 모기가 측은한 면도 없지 않다.
모기는 마치 새처럼 공간에 숨어든다. 윙하고 날아 집도 짓지 않으며 처마 같은 모든 공간 속의 물체에 날아든다. 오직 한순간만을 기다리면서. 그래서 모기는 두 마디도 필요없이 간단히 잔혹하다.
모기의 그 제3의 시침이 그에게 밤을 알리려 혼령처럼 찾아오면, 모기는 공간과 시간을 유영해 인간의 피를 빼먹으려 본능이 넣어준 불멸의 집념을 지닌 채 비겁하게 인간의 아픈 고통을 안주의 터전으로 삼아 잔혹하게 찾아온다. 한마디로 모기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존재다.
벌써 석양이 하늘을 감빛으로 물들이는 계절이다. 길어지는 땅거미에 모기는 잡혀 더는 날개나 다리를 빌며 비겁한 모습도 보지 못할 것이다. 여름의 땀의 끈덕짐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던 잔혹한 테러리스트 잔당들이 곧 시간의 준엄한 거대한 소리 없는 열차에 실려 가득한 추위의 고통에 얼어 죽어갈 것이다.
이제 한반도도 아열대로 접어든다. 모기는 추억의 해충이라기보다 아주 끈덕지고 냉혹한 기질을 가진 해충이다. 이 하늘을 나는 해충을 정부나 지자체는 박멸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충분할 정도로 모기의 본능은 대단하다. 생물체의 테러가 도시를 습격할 때를 이제부터라도 세워야 할 거로 본다.
'퍼시픽 림'이란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모기는 그 숫자는 물론 강도도 점점 세져 인간 사회의 건강을 치명적일 '규모의 경제'에 이르렀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