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법안 與野 빅딜 가능성, 수면 위로 떠올라

서울 마포의 S부동산공인중개 사무소는 6일 하루 동안 전셋집 찾는 전화만 10여 통 걸려 왔다. 이틀 전 정부와 새누리당이 취득세 영구 인하 시기를 지난 8월 28일로 소급 적용한다고 발표한 당일에만 아파트 매매가격을 물어보는 전화가 반짝 늘고 다시 잠잠해졌다. 부동산중개소 직원은 "투자자들은 취득세 인하로 1000만~2000만원 아끼는 것보다 집값 변동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다른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처리될 때까지 다들 지켜보는 눈치"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의 취득세 영구 인하 소급 적용 방침이 나온 뒤로 주택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重課) 폐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 다른 부동산 관련 법안의 운명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올 들어서만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26개 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대부분 국회 법안소위에 상정만 된 채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여야가 밑바닥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민생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는 밝혔지만, 세부 쟁점을 놓고선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관련 법 처리가 무산될 경우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부 법안 놓고 여야 간 큰 입장 차

국토교통부와 새누리당은 4일 당정 협의에서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과 수직증측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관련된 '소득세법' 등 10여 개 법안을 11월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거래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 내수 경기를 되살리는 데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야당도 민생 법안 처리에는 최대한 협조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 간 견해차가 가장 큰 부분은 양도세 중과 폐지 문제다. 정부와 여당은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살리고 거래를 회복시키려면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의 50~60%를 적용하는 양도세 중과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해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부자 감세(減稅)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도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데다 주택 경기를 살리는 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신 전·월세금 인상률을 연 5%까지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세입자에게 최장 4년까지 거주를 보장하는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 간 법안 처리 '빅딜' 가능성도

정부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은 오히려 주택 임대 시장을 더 불안케 할 것이라며 검토조차 않고 있다. 도입 취지는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집주인이 임대료를 크게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여 되레 서민들의 주거가 더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침체의 늪에 빠진 주택 시장을 살리고 민생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부동산 법안 통과가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주요 법안과 민주당이 요구하는 법안을 절충해서 처리하는 '빅딜'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일괄 타결하기 위해 전·월세 상한제를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공공택지에는 상한제를 유지하고 민간택지에서는 집값 급등 우려가 있는 지역만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적용토록 한다'는 분양가 상한제 수정안을 내놓았다.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는 '계약 기간(2년)이 끝난 뒤 1회에 한해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세입자에게 부여'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주택업계는 여야 간 빅딜이 성사되면 오랫동안 방치됐던 부동산 관련 법안이 한꺼번에 처리돼 시장 살리기에 적지않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여러 법안을 과도하게 짜깁기할 경우 자칫 시장에 혼란과 부작용만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법안 처리도 중요하지만 '잡탕식' 법안으로 시장이 왜곡되지 않도록 타협점을 찾는 데 정치권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