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헬로 '핼로윈(Halloween·10월31일 서양 축제) 주식 파티'

'11월에 주식을 사서 5월에 팔아라.'

뉴질랜드 메시 대학의 벤 제이컵슨(Jacobsen) 교수는 전 세계 108개국의 역대 월별 주가 상승률을 전수 조사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주가는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평균 6.9% 올랐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평균 2.4% 올랐다. 11월부터 시작되는 6개월간의 투자가 5월부터 6개월 투자보다 4.5%포인트나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특히 이 현상은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 두드러졌다.

제이컵슨은 이를 '핼러윈(Halloween)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미국·유럽 등의 최대 축제일인 핼러윈 데이(10월 31일)를 기점으로 주식 투자를 고려해 보라는 뜻이다. 과연 올해도 제이컵슨의 '핼러윈 법칙'이 적중할 수 있을까? 머니섹션 M플러스가 글로벌 IB(투자은행)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을 종합해 미국·유럽 증시에서 '핼러윈 법칙'의 유효성 여부를 분석해봤다.

◇제조업 강국 '르네상스' 맞은 미국

주요 기관들은 '르네상스 USA'라는 언급까지 할 정도로 미국 경제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신흥국에서 노동비용이 증가하면서 신흥국 생산기지들이 미국으로 U턴하고 있다"며 "미국은 강력한 구조적 동인(動因)으로 경제 르네상스를 이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신(新)산업은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셰일가스와 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트위터·페이스북 등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인터넷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향후 6개월간의 주가에 그대로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투자자의 뒷골을 으스스하게 만드는 변수인 '양적 완화(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 축소'와 '미 정치권의 2차 재정협상'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올 5~10월 미국 증시가 4.8% 오른 만큼, 향후 6개월 동안 '핼러윈 법칙'이 적중하려면 최소 4.8% 이상은 주가가 올라야 한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최근 "향후 6개월간 S&P500 지수가 2.4% 오를 것"이라며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좋게 본다는 전제로 "지난달 16일간 진행된 미 연방정부 셧다운(연방정부 폐쇄)으로 인한 부정적인 여파와, 다가올 양적 완화 축소 등을 감안하면 (주가 2.4% 상승이) 반드시 적은 수치는 아니다"고 했다.

반면 삼성증권 허진욱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의 부정적인 효과는 (11월 발표되는) 10월 경제지표에 대부분 반영되고 이후에는 지표의 반등이 예상된다"며 "이런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확률은 높고, (국가 부도 데드라인인) 내년 2월 7일까지 국가채무한도 상향 조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고 했다. 미 경제 기반이 워낙 튼튼해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하면 '핼러윈 법칙'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얘기다.

◇유로존은 국가별로 천차만별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3개월(8~10월) 연속으로 자금이 유입된 해외 펀드는 유럽 펀드가 유일했다. 석 달 동안 유입 자금은 1165억원으로 올해 들어온 북미 주식형 펀드 자금(448억원)보다 많았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내년 유로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1.1%로 낮췄다. 피델리티는 "지난 3분기 유럽 증시가 양적 완화 축소 연기 등 각종 호재로 많이 올랐다"며 "영국 등 일부 경기가 좋은 국가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경기 회복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도이치증권은 "제조업의 전통 강국인 이탈리아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등 유럽 지역의 전망이 국가별로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내년에 2% 이상 성장을 기록할 국가로 라트비아(4.1%), 리투아니아(3.6%), 에스토니아(3.0%), 스웨덴(2.8%), 폴란드(2.5%), 영국(2.2%), 루마니아·슬로바키아(2.1%) 등을 꼽았다.

유럽은 방만한 금융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증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피델리티는 "11월 말 슬로베니아의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와 12월 EU 재무장관회의 결과에 따라 은행권 부채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했다. KDB대우증권은 2014년 전망에서 "독일과 프랑스 기업들이 꾸준한 순이익 실적을 바탕으로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걷히면 유럽 전체가 점진적으로 투자가 늘어나고 주가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JP모건은 "불확실성이 걷히면 경제 회복세가 힘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 유로존 성장률을 EU 전망(1.1%)보다 높은 1.3%로 제시했다.

◇"가격 덜 오른 업종·기업 찾아야

이 같은 미국·유럽 증시 전망을 종합해 보면 분명 두 경제권은 경제 회복기를 맞고 있지만 향후 6개월 안에 '핼러윈 법칙'이 입증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미국과 유럽 모두 업종과 종목 선택에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평균치보다 높게 증가할 만한 업종으로 '헬스케어, 소재, 소비재, 통신'을 꼽았고, 피델리티는 유망 업종으로 '테크놀로지, 미디어, 제약, 바이오테크, 금융'을 꼽았다.

유럽 투자에 대해 피델리티는 "당분간 유럽은 가격이 많이 오른 경기 민감주 등 대형주보다 중형주가 유망하다"며 "소비재·헬스케어·정보기술·산업재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럽에서 주당순이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 '테크놀로지, 은행, 여행업, 기초자원, 자동차와 부품'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