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남편 전립선 질환 탓" 기각
1968년 결혼한 A(여·68)씨 부부는 남편 B(81)씨가 공무원 퇴직 후 사업으로 큰돈을 벌면서 풍족하게 살았다. B씨가 전립선비대증을 앓으면서 부부는 1980년쯤부터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A씨와 자녀는 B씨의 가부장적 태도에 불만이 많았다. A씨가 B씨에게 맞고 뇌진탕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2004년 남편과 다투다 화가 난 A씨는 집을 나와 별거를 시작했다. B씨는 이후 자신 소유 건물이 성매매에 이용되면서 유죄판결을 받고 추징금을 내게 됐다.
A씨는 재산을 탕진하는 B씨와 이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2011년 "B씨가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23년간 성관계를 거부하면서도 성매매 업소에 드나들었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성적 유기'와 장기간 폭행·폭언으로 혼인 파탄 책임이 있는 B씨는 A씨와 이혼하고, A씨에게 위자료 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B씨는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3부(재판장 이승영)는 "23년간 성관계가 없었다는 것이 '성적 유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A씨 주장만으로 상습적인 폭언·폭행을 인정하기 힘들다"며 원심을 깨고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성관계가 부부 관계에 중요하지만 전립선 질환 때문에 성관계가 어려웠다는 B씨 주장에 수긍이 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