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우 사장이 권해서" 그림 그리는 前衛 작가

미술가 임동식(68)은 1970년대 중반부터 30여년간 '최첨단'을 앞서 달렸다. 1974년 홍대 회화과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로 유학간 그는 설치, 퍼포먼스, 음향작업 등을 선보이는 '아방가르드 아티스트'였다.

독일서 돌아와 '귀농(歸農)'을 꿈꾸며 충남 공주 원골마을로 들어간 게 1990년대 초. 그때부터 다시 붓 들고 물감 찍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계기는 단순했다.

"원골서 친해진 밥집 주인 '우사장' 아들 결혼식 때 뭘 해줄까 고민했어요. 주변에서 '그림 그려보라'길래 오랜만에 그림 그려 선물했더니 반응이 좋았지요." 대학생 때 이후 손 놓았던 그림 그리는 재미를 다시 알게 된 임동식은 그 후로 줄곧 그림에 몰두했다. 그의 풍경화 연작이 '친구가 권유한~'으로 시작하는 건 그 때문이다.

13~30일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임동식 개인전 '사유의 경치Ⅱ'엔 공주 원골을 소재로 한 그림 20여점이 소개된다. 풍경에 인물을 집어넣고 적극적으로 구도를 잡아 '이야기'가 쏟아질 것만 같은 그림.

까마득하게 펼쳐진 논밭을 바라보며 쭈그려 앉아 시름에 잠긴 남자의 뒷모습을 그린 '귀농전년'(2009~2011), 같은 남자가 새순이 움트는 들판을 보며 희망에 차 일어서 있는 모습을 그린 '귀농당년'(2009~2011)은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림 보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 (02)730-7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