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워진 중국인 입맛… 커피株·참치株 상승

중국인의 식탐(食貪)이 전 세계 주식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먹고살 만해진 중국인들이 더 맛있고 좋은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린 덕분이다. 중국에서 잇달아 터진 먹거리 파동도 이유로 꼽힌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중국인의 달라진 입맛을 잘 공략한 다국적 식품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도 오르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기업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패스트푸드 찾는 중국인

차를 즐겨 마시던 중국인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미국 커피회사 스타벅스의 주가는 상승세다. 작년 초 46~47달러 선이던 스타벅스 주가는 올해 초 55달러를 돌파했고, 현 주가는 80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1999년 중국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내년이면 중국이 미국에 이어 둘째 소비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컨설팅업체 아이카이에 따르면 중국 커피 소비량은 최근 3년간 20% 이상 증가했고, 원두커피는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콜릿으로 잘 알려진 허쉬도 중국 덕을 보고 있다. 허쉬의 주가는 지난해 16.9% 올랐고, 올해는 34.0% 상승했다. 허쉬는 중국인 입맛에 맞춘 밀크캔디를 출시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07~2012년 사이 중국의 초콜릿·캔디·껌 판매량은 46% 늘었다. 현재 시장 규모는 796억위안(약 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외식업체 얌(Yum)의 주가는 작년에는 12% 상승했고, 올해는 8.0% 올랐다. 이 업체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외식 브랜드로 꼽히는 KFC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인이 다양한 먹거리를 찾는 것은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소득이 늘고 생활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매킨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체 가계에서 중산층 비중은 지난 2000년에는 1%에 그쳤지만, 지난 2010년에는 6%까지 올라갔다. 2020년에는 이 비중이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생활수준 높아지자 바뀐 식생활

중국 내 먹거리에 대한 불신도 세계 각국의 식품 기업에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 분유 시장점유율 1위인 미국 분유회사 미드 존슨 뉴트리션(Mead johnson Nutrition)은 올 들어 주가가 21% 뛰었다. 외국산 분유는 중국산 분유보다 가격이 2배 가까이 비싸지만,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예 해외 식품업체를 인수한 곳도 있다. 중국 최대 가공육 업체 중 하나인 솽후이(雙匯) 인터내셔널은 미국 최대 돈육 가공업체 스미스필드를 지난 9월 말 최종 인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외신은 질 좋은 고기를 찾는 욕구와 먹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중국의 해외 식품기업 인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참치株·밥솥株 꿈틀

국내에서도 수혜주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참치주다. 전통적으로 돼지고기 등 육류를 선호하던 중국인들이 참치 등 해산물에도 눈을 돌리면서 참치값이 오른 덕을 봤다. 2011년 초 t당 1100달러 안팎이었던 참치값은 올해 2350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1700~1800달러 사이를 오가고 있다. 올 들어 원양어업 전문업체인 신라교역의 주가는 21.0% 올랐고, 동원산업의 주가도 4.7% 상승했다.

달라진 중국인의 식습관은 한국 밥솥업체의 주가도 띄웠다. 중국에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 때문에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 이런 흐름과 맞물려 품질이 뛰어난 한국산 밥솥의 인기가 올라갔다. 올해 초 2690원이던 리홈쿠첸의 주가는 현재 6820원이다. 올 들어 156.4%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