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자산 10억이상) 7년새 1.8배 늘어난 한국, 遺産기부 분위기 성숙

1990년대 이후 국내 부유층이 크게 늘어나고 핵가족화가 굳어지면서 유산 기부가 뿌리내릴 수 있는 분위기가 갖춰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국내 부자 숫자는 15만6000명에 이른다. 2006년(8만8000명)의 1.8배로 늘었다. 이 부자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총액도 1.6배(2006년 287조원→2012년 461조원)로 늘었다. 억대 연봉을 받는 회사원 수도 36만명을 넘어섰다. '2012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총급여가 1억원 넘는 회사원은 36만2000명(2011년 소득 기준)이었다. 전체 근로자 100명 가운데 2명(2.3%)이 억대 연봉자인 셈이다.

이와 함께 개인 기부도 늘어, 1999년 8500억원에 머물던 개인 기부가 2010년에는 6조53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법인 기부를 앞질러 개인 기부가 전체 기부액의 65%를 차지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반면 노인 부부나 노인 독거 가구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전체 부부 가구 가운데 노인 부부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인데, 2030년에는 54%를 넘을 전망이다. 전체 1인 가구 중 노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29.4%에서 2030년엔 49.6%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주가·부동산값 상승, 고액 연봉자 급증으로 우리나라에 부유층이 본격적으로 형성됐다"면서 "기부자 연령이 높을수록, 소득·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평소 기부 경험이 많을수록 유산 기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함께 사는 가족이 많으면 유산을 기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학계 분석"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유산 기부 운동을 벌이는 단체도 속속 등장했다. 이미 30년 전에 시작해 회원 1200여명을 확보한 '유산안남기기운동' 외에 올 8월에는 '노블레스오블리주 시민실천'이 등장했다. 평소 기부를 실천해 온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모여 유산도 사회에 환원하자는 뜻을 모았다. 과학자들이 주축이 돼 시작했으나,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는 '참행복나눔운동본부'도 있다. 참행복나눔운동본부 총괄이사를 맡고 있는 문광순 한국계면공학연구소장은 "본격적으로 형성된 부유층이 자식에게만 부를 대물림하면 사회적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는 걱정에서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 소장은 "다음 세대로 부(富)가 이전되는 큰 틀에서 볼 때, 최소한 일부분이 사회 공익을 위해 쓰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자발적 기부가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1998년부터 2052년까지 55년에 걸쳐 총 41조달러가 다음 세대로 이전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고, 이후 고액 기부자 모임인 '토크빌 소사이어티'의 유산 서클, '더 기빙 플레지' 같은 유산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억만장자들의 유산 기부 붐이 일었다.

사후에 재산 일부라도 공익 목적으로 기부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펼치는 '유산 기부, 아름다운 약속'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공동모금회는 법률·회계 등 각 분야 전문가 그룹을 선정해 유산 기부 절차와 방법을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02-6262-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