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돈이면 다 될까?

친구 동수(장동건)를 죽이라고 지시한 혐의로 수감된 준석(유오성)은 17년 만에 출소한다. 그는 아버지 철주(주진모)가 평생을 바쳐 이뤄놓은 조직을 되찾으려고 흩어져있던 세력을 다시 모으고, 감옥에서 만나 자기를 아버지처럼 따르는 청년 성훈(김우빈)을 조직에 끌어들인다.

2001년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던 곽경택 감독의 '친구'는 사회 현상이었다. 12년 만에 나온 '친구2'는 전편의 연장선에 있는 조폭 영화이지만, 재탕은 아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지는 폭력의 대물림에서 지금의 중년 아버지와 청년 아들이 그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되짚어본다.

1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지지고 볶아야 진짜 친구지

[아저씨曰] 준석과 죽은 친구 동수의 아들 성훈… 그들을 뭉치게 한 힘, 과연 돈일까?

누구는 ‘폭력’을 보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인생’을 보았다. ‘친구’ 이후 12년 만에 돌아온 속편(續篇)은 확실히 폭력 수위가 높아졌지만, 대신 시야는 더 넓고 깊어졌다.

준석은 마음만 먹었다면 피할 수 있었을 17년 감옥살이를 했다. 요즘 사고방식으로 보면 이런 바보가 없다. 하지만 준석은 기꺼이 그 길을 택했다. 우정(友情) 때문이다. 세상 살아가는 데 진짜 소중한 것들은 대개 수지타산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사랑이 그렇고, 우정이 그렇다.

하지만 회한(悔恨) 없이 돌아볼 과거가 어디 있을까. “결국 인생에서 후회할 선택만 하고 사는 기(게), 그기 건달 아이(아니)겠나?” 이 대사는 깡패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우리 인생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준석은 조직을 되찾기 위해 죽은 친구의 아들 성훈과 의기투합해 주먹을 들지만 해피엔딩은 아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권력을 위해 싸움을 벌이는 건 남자의 DNA에 박혀 있는 슬픈 운명인가 보다.

이들을 뭉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생기나. ‘돈’을 얘기하는 젊은 성훈에게 사십줄을 넘긴 준석은 이렇게 말한다. “같이 배고프고, 같이 도망 댕기고, 같이 죽을 뻔하고, 같이 엉엉 울어도 보고, 그래야 형님 동생 식구가 되는 기다. 돈만 준다고 되는 기 아이고.”
오랫동안 연락 없던 불알친구들 얼굴이 불현듯 떠오르는 늦가을이다. 보고 싶다, 친구야!


友情, 그거 얼마면 돼요?

[아가씨曰] IMF·가족 해체를 겪은 세대 성훈… 그에게 절실했던 건 '진짜 어른'

준석이 “그라믄 언제 (조직원들과) 다 같이 조용한 데서 밥이나 함 묵자”고 하자 성훈은 “밥 말고 그냥 돈 주시지예. 일단 돈이 있어야 식구가 되지예”라고 한다.

‘친구2’는 준석의 세대, 그러니까 지금의 아버지 세대가 이해하지 못했던 아들 세대를 탐구하는 영화다. 성훈의 세대로 대변되는 아들 세대는 식구도, 친구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으며, 아버지 세대가 이뤄놓은 것을 따라잡지 못할까 봐 조바심을 낸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이 한심하면서도 궁금하다. 아들은 왜 이렇게 빨리 늙어버렸을까?
성훈은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났고, 10대때 IMF를 맞았다. 이 세대는 가족 해체를 겪은 경우도 많다. 1987년 1건이던 1000명당 이혼 건수는 2003년 3.4건이 됐다.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를 겪고, 살던 집과 학교를 떠나야 했던 이들은 인간관계의 우선 조건으로 돈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성훈이 준석에게 원한 것은 결국 돈이었을까? 그에게 더 절실했던 건 ‘진짜 어른’이다. 성훈은 준석에게 “어릴 때부터 어른 남자는 다 싫었습니다. 고마 나는 와 빨리 어른이 안되지. (중략) 어른 남자가 내 편 들어준 기(게) 그때가 처음입니다”라고 한다. 치유와 위로로 포장된 ‘멘토 사업’이 이 세대를 상대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던 것도 ‘진짜 어른’에 대한 이들의 갈망 덕분 아닌가. 아버지들이 조로(早老)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들의 편이 돼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