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株 시장 다시 활기… 경쟁률 500대1은 기본

3~4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 객장에서는 '공모 부대'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공모주 청약을 받기 위해 통장과 도장 뭉치를 들고 여기저기 증권사를 돌아다니는 주부 고객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런 모습이 싹 사라졌다. 온라인 청약이 정착된 탓도 있지만, 공모주가 예전만큼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찬바람이 불었던 공모주 시장이 요즘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하반기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불리던 현대로템 공모주 청약에는 3조4000억원이 몰렸다. 2011년 와이지엔터테인먼트(3조6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상장 후 첫 거래가 시작된 지난달 30일, 현대로템은 3만37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3만8750원으로 마감했다. 공모가(2만3000원)를 감안할 때 종가에 팔았다면 68%, 시초가에 팔았어도 50%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 같은 대박 사례가 잇따르면서 요즘 웬만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500대1을 훌쩍 넘기고 있다. 상장 시기를 내년쯤으로 잡았던 기업들도 '물 들어왔을 때 노 젓자'는 심정으로 상장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공모주, 주가 고공행진

동양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공모주의 수익률(공모가 대비 상장일 종가 기준)은 52.3%로 2005년 이후 가장 높다. 3분기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평균 696대1을 기록, 최근 2년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공모주들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안정적인 편이다. 예전에는 공모주 가격이 상장 첫날 급등했다가 이후 시간이 갈수록 내리막을 타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공모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모를 받은 뒤 시초가에 파는 전략이 정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올해 상장한 26개 기업 중 현재 주가(12일 기준)가 공모 가격보다 낮은 종목은 6개에 불과하다. 아미코젠(주가상승률 134%), 아이센스(105%), 삼목강업(93%), 엑세스바이오(83%), 금호엔티(83%) 등은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동양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공모주 수익률이 좋아진 이유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공모 가격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가격 비대칭 매력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갈 곳 없던 유동자금이 공모주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모주 시장이 활기를 띠자 기업들도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신규 상장기업은 작년 28개, 올해 상반기 13개에 불과했지만 하반기에는 25개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조대리석업체 라이온켐텍, 통신기기업체 기가레인 등이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SK루브리컨츠, 현대오일뱅크, 미래에셋생명, 포스코특수강 등 당초 올해 상장을 노렸다가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일정을 미룬 기업들도 다시 IPO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모주 펀드 수익률은 높지 않아

공모주에 투자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직접 공모주에 청약하는 방법, 공모형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사모형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등이다. 직접 청약하는 방법은 주식을 신속하게 사고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배정받는 물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공모가 1만원, 청약 경쟁률 500대 1의 공모주에 청약증거금 5000만원을 넣으면 10주밖에 배정받지 못한다. 시초가가 두 배로 오르더라도 청약증거금 대비 수익률은 0.2%밖에 안 된다. 다만 증권사들이 우수고객에게는 일반고객보다 최대 2배까지 물량을 더 배정해준다.

공모주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최근 공모형 펀드도 속속 생기고 있는데, 공모형 펀드 수익률도 생각보다 신통치 않은 편이다. 공모주 펀드가 대부분 채권 혼합형이어서 자산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일부만 공모주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제공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주 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메리츠세이프밸런스2(채권혼합)'의 수익률이 5.26% 정도다. 대신 혼합형이므로 수익률이 좀체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자금에 여유가 있는 큰손들은 사모펀드를 통한 투자를 선호한다. KDB대우증권 서재연 PB클래스 갤러리아 부장은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비과세라는 점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이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사모펀드를 통하면 직접투자 때보다 주식을 많이 배정받을 수 있고, 운용도 공모형보다 자유로워 수익률이 1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최소 1억원, 평균 3억~10억원가량이어서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