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서프라이즈' 기업, 예상과 달리 株價하락 속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실적이 예상보다 좋은 것)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가가 예상과 달리 떨어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보통 예상보다 실적이 좋게 나올 경우 주가가 오르기 마련인데,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 중 상당수는 반대 흐름을 타고 있다.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일부 기업은 '반짝 실적'에 불과하며 향후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 일부 나오고 있는 데다, 여기에 10월 말 이후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깜짝 실적에도 시큰둥

13일 증권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자료를 의뢰해 3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를 10% 이상 웃돈 기업을 뽑아본 결과, 26개 기업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 기업들의 9월 말 이후 주가 등락률을 조사해보니 절반이 넘는 15개 기업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3분기 영업이익이 154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던 네오위즈게임즈는 전망치보다 영업이익이 126.2% 높은 34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는 9월 말 이후 10.5% 하락했다. 현대하이스코와 두산중공업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각각 68.5%, 24.0% 높은 1547억원, 2211억원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12.5%, 17.1% 떨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19.1%)·두산(-11.9%)·LG이노텍(-11.4%) 등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높았지만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기업은 에이블씨엔씨다. 이 기업은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16.4% 높았지만 주가는 27.2% 하락했다.

◇"향후 전망 확인해야"

실적이 예상보다 호전됐는데도 기업의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크게 부정적인 향후 전망, 실적 기대감 선반영, 지지부진한 증시 등이다.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증권 전문가들이 4분기 이후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현대하이스코다. 삼성증권은 현대하이스코의 3분기 호실적이 재고 효과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포함돼 있었다며 향후 현대제철과 합병이 성사될 경우 고수익을 내는 사업 부문이 사라져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이블씨엔씨도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4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기업이다.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미리 반영된 경우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29.4% 오른 634억원을 기록했다. 9월 한 달간 아시아나항공은 7%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실적 발표일인 지난 8일을 앞둔 지난달 말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달 25일 이후 주가는 5.8% 떨어졌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2060선을 넘보던 코스피지수는 현재 1960선까지 내려간 상태다.

임정석 B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는 실적을 반영하지만 과거 가치가 아닌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며 "향후 성장 가능성 등이 부정적인 기업들은 반짝 호실적이 주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어닝쇼크엔 뒷걸음질

'어닝쇼크'(실적이 예상보다 나쁜 것)를 기록한 기업들의 주가는 여지없이 곤두박질쳤다. 3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보다 10% 이상 감소한 기업은 39개였는데, 이 중 33개 기업의 주가가 9월 말 이후 하락했다.

3분기 영업이익을 40억원 낼 것으로 기대됐던 삼성엔지니어링이 7467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주가가 17.6% 하락했고,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53.8% 낮게 나온 게임빌은 35.6% 떨어졌다. 이 밖에 어닝쇼크를 기록한 한전기술(-24.6%)·LG생명과학(-20.6%)·대한항공(-19.7%)·유나이티드제약(-19.4%) 등의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