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한국 경제 좋아졌다고? 내 지갑만 추운겁니까

지난 3분기(7~9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발표됐다.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0%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전기 대비 성장률이 1.1%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3.3%로 7분기 만에 1~ 2%대를 벗어났다. 정부를 포함한 낙관적 예측 기관에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내년에는 성장률이 3% 중·후반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작년 2.0% 성장에서 올해 2.8%(전망치)에 이어 내년에는 3% 중·후반대까지 높아진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취업자가 1년 전 대비 40만명 이상 증가하면서 실업률이 2.7%로 주요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다 10월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월간 기준 5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 최근 들어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느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머리를 가로저을 것이다. 성장률이 올라가고 취업자가 늘어나고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데도 일반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①감속 경제에 심리적 부적응

가장 먼저 우리 경제가 급속하게 저성장 기조로 진입하면서 일반 국민이 적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 경제는 불과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6~7%대 성장을 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4%대 성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3% 성장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못해도 3~4%대는 성장해야 할 것 같은데 2%대 성장이 올해까지 2년 연속 이어지면서 소득은 물론 마음도 잔뜩 움츠러들고 있는 것이다. 2인 이상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통계청)이 작년 3분기 이후 올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만 봐도 국민 심리가 얼마나 얼어붙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②비정규직·고령층 위주로 고용 증가

둘째는 고용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단기 또는 비정규직, 고령층 근로자 위주로 늘어나면서 소득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만 해도 7%대를 유지했던 2인 이상 가구의 근로소득(명목) 증가율이 올해 들어서는 2~3%대에 그치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보여주는 사업소득(명목) 증가율은 2010년(7.7%), 2011년(4.5%)에서 작년 1.6%에 이어 올해는 1분기, 2분기에 각각 0.1%, 1.1%로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③늘어난 빚에 원리금 상환 부담 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부채를 축소하는 정책 기조로 돌아섰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수 진작과 주택 시장 활성화 정책, 자영업자 급증 등의 영향으로 가계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2007년 68.2%에서 작년에는 75.7%까지 높아졌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가계 부문의 원리금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56.3%(2011년)로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금리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가계부채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④비(非)소비 지출의 빠른 증가

넷째 요인으로는 이 같은 이자 비용에다 세금, 공적 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이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가계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3년 17.0%에서 올 상반기에는 18.9%로 높아졌다. 비소비지출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 커지는 것이므로 그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사교육비 등 교육비와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중산층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⑤국내소비보다 해외소비가 늘어

다섯째로는 해외소비가 국내소비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소비는 국내소비의 대체재로서 국내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소비는 65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해외소비는 2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국내소비는 2.5% 늘어났지만 해외소비는 4.2%나 증가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해외소비가 10% 증가하면 국내소비와 소득은 각각 0.6%, 0.3%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소비가 늘어나면서 국내소비와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면 체감경기는 자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⑥부동산 하락, 개인은 소외된 증시

마지막으로는 주식과 부동산 또한 일반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전·월세 가격의 상승은 소비 심리는 물론 실제 소비에도 무시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과 비관적 전망으로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역으로 나타나면서 간접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킨다면, 전·월세 가격의 상승은 직접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수익을 올린 개인 투자자들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8월 중순 이후 11월 초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것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