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릉 한지킴이 활동 보고서 ②

9대 임금 성종(成宗)의 선릉(宣陵)

선릉에 묻히신 분은 9대 성종임금과 2계비 정현왕후 두 분이다. 두 분의 능침은 각각 따로 형성되어 100m쯤 떨어진 산자락에 모셔졌지만 어디까지나 이 또한 합장이다. 봉분이 2개라고 2개의 능이 아니고 선릉(宣陵) 하나로 불린다.

조선왕조의 왕릉을 보면 하나의 봉분에 합쳐진 형태의 합장뿐 아니라 나란히 쌍릉으로 모시되 좌우로 나란히 또는 위아래로 모신 경우, 각각 다른 산줄기에 모신 경우 등을 모두 합장으로 보며 하나의 능 호로 부르고 있다. 그래서 선정릉은 성종과 정현왕후의 선릉과 중종의 정릉, 2개의 능이지 3개의 능, 즉 三陵(삼릉)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종은 세조의 맏아들 의경세자(훗날 덕종 추존)와 세자빈 한씨(훗날 소혜왕후)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생후 두 달이 되기 전에 의경세자가 20세로 요절하자 할아버지인 세조가 궁중에서 키웠는데, 성품이 뛰어나고 서예와 서화에도 능하여 세조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 한씨(소혜왕후)가 그 유명한 인수대비이다.

세조의 뒤를 이어 의경세자의 동생 예종(성종의 숙부)이 즉위하였으며 그 무렵 세조의 즉위 때 공을 세운 신숙주·정인지·한명회 등의 훈신(勳臣)들이 이시애(李施愛)의 난을 진압한 공으로 정치적 지위가 급상승한 남이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왕권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가운데, 1469년 예종이 즉위 14개월 만에 승하하자 병약한 형 월산군(月山君)을 대신하여 13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다.

즉위 후 7년 동안은 세조비 정희대비(貞熹大妃)의 수렴청정을 받아 독자적으로 정국을 운영하지 못했으며, 훈신세력이 모든 군국사무를 주도했다. 20세가 되던 1476년(성종 7) 친정(親政)을 시작했다. 성종은 2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조선 최고의 법전 경국대전을 비롯해 동국여지승람, 동문선, 동국통감, 악학궤범 등을 완성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왕이라 해서 성종(成宗)이란 묘호가 붙었다. 세조 때의 공신을 중심으로 하는 훈구세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신진 사림세력을 등용, 훈신과 사림 간의 세력 균형을 이루게 함으로써 왕권을 안정시켰고, 조선 중기 이후 사림 정치의 기반을 조성하는 등 재위 25년 동안 많은 업적을 남겼다. 1494년(성종 25) 12월 24일 창덕궁의 대조전에서 보령 38세로 승하했다.

성종은 부인 12명(아들 중종과 함께 공동 1위)에 16남 12녀를 두었다. 왕비는 3명이었는데 정비 공혜왕후는 영의정 한명회(韓明澮)의 딸로서 후사가 없었다. 공혜왕후가 후사 없이 죽자 윤기견의 딸 숙의윤씨(淑儀尹氏)를 왕비로 삼아 연산군을 얻었다. 그러나 윤씨의 투기가 매우 심해 왕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는 사건이 일어나자 1479년 폐위하고 1482년 사사(賜死)하였는데, 이는 훗날 연산군 폭정의 계기가 되었다.

계비(繼妃) 정현왕후(貞顯王后) 윤씨는 우의정 윤호(尹壕)의 딸로 숙의에 봉해진 후 윤씨가 폐위되자 이듬해 왕비에 책봉되었으며 성종의 여성편력에 의도적으로 관대하게 대하였다. 어진 왕비로 칭송받은 정현왕후는 성종이 먼저 떠난 후 연산군의 폭정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으나 반정으로 자신의 소생이 임금(중종)이 되자 공경받으며 편히 살다가 6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하였으며 성종의 옆에 묻혔다. 정비 공혜왕후는 후사 없이 승하 후 파주 삼릉의 순릉에 묻혔으며, 폐비 윤씨는 서삼릉 회묘(懷墓)에 묻혀 있다.

ㅇ 성종과 악학궤범(樂學軌範)

'재실에서 만나는 성종임금의 악학궤범과 흥겨운 우리 국악' 행사

재위 시 '모든 것을 다 이룬 왕'이라 해서 성종(成宗)이란 묘호가 붙었다는 설명처럼 성종은 많은 업적을 세웠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악학궤범(樂學軌範)으로 1493년 성현, 유자광 등으로 하여금 조선 시대 궁중행사 시에 사용되던 악기와 음악, 복식을 집대성하는 악서(樂書)를 편찬한 것이다.

악학궤범에는 악기 61종, 음악 20여 곡, 춤 30여 종, 의상과 소품 70여 종에 대하여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조선 시대 당시의 국가의례 음악 등 조선의 예악(禮樂) 문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다음 세대에 전승시킬 수 있는 문헌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음악사의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음악 관련 기록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선정릉에서는 지난 10. 15(화)~10.20(일)까지 일주일간 '재실에서 만나는 성종임금의 악학궤범과 흥겨운 우리 국악'행사를 펼쳤던 것이며  '내 나라 문화유산 답사회' 회원들은 선정릉 지킴이 단체원으로서 5일 동안 연인원 33명이 지킴이 봉사활동으로 지원하였다.

개막식은 10. 15일(화요일) 오전 11시부터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운치 있는 선정릉 재실에서 시작되었다. 문화재청 주최, 조선왕릉관리소와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주관으로 치루어진 행사는 김용욱 선정릉 관리소장의 인사말과 내빈들의 축사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애리 씨의 국악공연이 개막식 행사로 진행되었다.

제례에 앞서 제관들이 미리 도착하여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제례를 준비하는 재실(齋室)이 경건하면서도 검소하며 단정한 재실에서 치러진 문화행사는 참으로 감명 깊었다. 때마침 가을비까지 촉촉이 내려 날은 춥고 행동에 제한을 주긴 하였으나 국악의 선율 속에 능역의 재실에서 지켜보는 마음은 매우 맑고 울림이 큰 감동을 받았다. 정말 괜찮은 기획이다 싶었다.

재실의 부속건물마다 국악기들을 전시하고 설명판을 비치하여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으며 마당 한쪽에는 악학궤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둥글게 배치하여 찬찬히 읽어볼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부속건물마다 방안에는 악기장들이 제작하거나 소장 중인 귀한 국악기들을 전시하고 관련 설명판을 세워놓았다. 악학궤범에 등장하는 전통악기를 중심으로 지금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악기들이어서 눈에는 익숙하였지만, 막상 설명을 자세하게 읽어보니 우리가 생각보다 잘 알고 있지는 못한 경우가 많았다.

지킴이 봉사자들은 미리미리 숙지하고 상세하게 설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여 관람객들이 들어오면 단순히 안내를 하는 역할뿐 아니라 하나하나 설명하고 함께 대화하며 본 행사의 취지가 무색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였다.

우연히 지킴이들 중에는 일본어나 중국어, 영어권 등의 언어구사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비록 능숙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의 소개와 설명은 가능하였기에 많은 외국인에게도 주저 없이 설명하고 안내할 수 있어 보람이 있었다.

선정릉 관리소장의 말을 들으니 선정릉은 전체 조선왕릉 중 가장 많은 관람객,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제일 많은 곳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테헤란로 중간 강남의 중심지역에 위치한 까닭이 아닌가 싶었다.

뿐만 아니라 악기들을 바라만 보는 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악기를 배워보는 국악교실을 마련하였으니 다음날부터는 매일 12시부터 2시간씩 가야금과 해금에 대한 교실을 열어 누구나 희망자는 배워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역시 지킴이들부터 배우고 나서 이후 방문하는 관람객들을 능동적으로 국악교실로 안내하고 소개하게 되었으며 김용욱 관리소장의 아이디어로 재실 마당에 악기를 비치해놓고 누구나 만져보고 소리를 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람객들이 스스럼없이 국악기에 다가설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국악기에 관심을 갖고 만져보고, 사진찍고, 국악교실로 들어가 전문가로부터 간단하게 배워보기도 하였다.

이렇게 선정릉에서의 행사를 5일 동안 지킴이로서 지원하고 봉사하였다. 처음 나선 지킴이 봉사활동이 힘들기도 하였지만 나름대로 즐거웠고 보람있는 일이었다.

바쁘고 어려운 가운데 기꺼이 함께 해준 회원들에게 먼저 감사드리고 특히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훌륭한 행사를 준비한 주최 측과 관계자들, 특히 열과 성을 다하여 몸소 뛰어다니는 김용욱 관리소장을 보면서 우리는 지킴이에 앞서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흐뭇하고 자랑스러웠다.

행사 기간 중 많은 대화로 앞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겠다는 말을 기대하며 즐거운 국악공연이 개막식 때만 있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 또한 향후 보완되고 추가되리라고 믿는다. 각 분야에서의 재능기부나 봉사활동으로도 충분히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선정릉 측에서 지원요청이 있을 경우, 우리는 또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지킴이 봉사활동에 나설 것이며, 지인들을 통하여 국악공연 등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렇게 작지만 곱고 예쁜 문화행사로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나가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을 때 진정한 문화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첫 지킴이 활동 보고서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