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 아키타 힐링캠프

헬스 조선에서 진행하는 '이시형 원장과 함께하는 아오모리, 아키타 힐링캠프'에 동참했다. 아침 8시 인천 국제공항에서 이시형 박사와 35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10시 30분 출발하는 아오모리행 비행기에 올라 12시 50분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했다.
 
아침까지 비가 왔다는데 좀 전에 비가 그쳤다고 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이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셈이다. 공기가 달다. 전용차량을 타고 일본사과의 명소인 아오모리 사과밭을 잠깐 구경했다.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색깔도 가지가지다. 흑갈색의 사과도 보인다.
 
사과의 종류만 해도 60여 가지가 되는데 그중 제일 맛있는 사과는 서리를 맞은 후 가장 늦게 나오는 후지사과 라고 한다. 온갖 풍상을 견디어 낸 사과가 제일 맛있다는 얘기다. 후지사과는 맛볼 수 없었지만, 방금 딴 사과의 맛도 기가 막혔다.

일본은 9만 8천여 개의 크고 작은 온천이 있는데 원액을 그대로 쓰는 온천은 그리 많지는 않고 물을 타서 쓰는 곳이 대부분이라 한다. '순진짜원조' 원액의 온천을 상위권에 분류했는데 우리가 가는 쯔타온천이 바로 상위권에 들어 있는 온천으로 특히 음이온이 가장 많은 곳으로 이름난 곳이다. 쯔타 온천은 '쯔타나 나누마'라 불리는 늪지대와 태고의 너도밤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는 비탕(秘湯) 중 으뜸으로 꼽는 온천이라 한다.
 
1909년부터 지금의 여관이 개업해 역사와 전통을 지닌 유서깊은 온천장이다. 이끼 낀 쯔타 료칸의 고색창연함이 그 역사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백 년도 넘는 건축물을 내부만 사용하기 편리하게 리모델링 하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예로부터 이곳은 고사리 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라 한다. 어린 시절 이 주변을 한 바퀴만 돌아도 리어카에 고사리가 가득 찰 정도였다고 온천 주인은 말했다. 역시나 반찬에도 고사리는 빠지지 않고 나왔다.

쯔타온천 주변엔 크고 작은 호수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이 호수들을 연결하는 산책코스가 있다. 이곳은 일본 사진작가 협회가 최고의 아름다운 경치로 선정한 곳이다. 쯔타누마라 불리는 곳인데 덩굴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 호수나 연못들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일본에서도 눈이 가장 많이 오는 곳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10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다음 해 6월에야 눈이 다 녹을 만큼 적설량이 많은 곳이다. 사람의 키만큼 눈이 쌓여있어 6개월 동안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며, 충분하게 눈을 머금고 있던 나무뿌리들이 항상 물을 내뿜어서 맑은 물이 폭포처럼 힘차게 쏟아지는 곳도 많았고, 늪도 많아 원시림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 한다.
 
돌과 나무에 보드랍게 깔린 이끼는 융단 위를 걷는 것 같은 황홀감에 빠져들어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멀리 바라다보이는 산꼭대기에 눈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너도밤나무 원생림의 가을 풍경은 온통 노란색으로 가을 단풍의 절정을 여기서 보는 것 같다.
 
봄꽃의 화려함의 절정인 때를 잘 잡지 못하듯 가을 단풍의 찬란함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 이틀 사이로 색이 변하기 때문인데, 복 받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인솔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모두들 노란색의 단풍에 흠뻑 취했다. 
 

이시형 박사의 강의는 병원에 가지 않고, 자연을 통한 건강한 삶을 유지 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잘못된 생활 습관을 개선해서 방어체계를 튼튼히 하자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음식을 먹는 순서, 마음가짐, 세로토닌의 형성과정, 운동방식 등 시니어 들이 많은 관심 가지고 있고, 흔히들 알고 있는 내용도 많았지만 80세 박사님의 청년 같은 열정적인 강의는 알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꼭 실천을 해야 되겠구나 하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갈채 받은 내용은 건강 장수를 누리려면 애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인생은 설렘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 나 자신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이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런 욕구는 성호르몬이 분비되어 뇌에서 세로토닌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80세 노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신체나이 48세인 이시형 박사님의 강의는 체험에서 우러나온 살아있는 교육이어서 더욱 신뢰가 갔다.
 
드디어 식사 시간이다. 온천을 하고 산책하고 강의를 듣고 나니 배가 고프기도 하지만, 아끼바리쌀을 대나무 그릇에 담아 증기로 쪄서 나온 밥은 그 윤기와 맛이 일품이다. 가을 특선 쯔타 카이세끼 만찬은 음식 하나하나에 정성으로 가득 찬 성찬이었다.

둘째 날 6시 아침 체조를 하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호수가 있는 숲 속으로 걸어갔다. 각처에서 온 사진사들이 호수에 비친 해를 찍기 위해 새벽부터 진을 치고 있다.
 
앉아서 편안하게 명상을 하려고 각자 커다란 목욕 타올을 들고 갔지만, 사진사들이 바라보고 있고 비가 와서 서서 명상을 했다. 눈을 감고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릴 듣고 자연이 내 뿜는 무언의 기운을 느껴보라고 했다. 새로운 경험이다.
     
셋째 날 아침 일찍 아키타로 이동했다. 이곳은 맛있는 쌀 아키바리의 산지이다. 농업이 경제 기반을 이루고 있으며 그 외에도 해저유전의 개발도 추진되고 있고, 각처에 온천이 산재되어 있지만 계속되는 인구 감소와 노령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온천 부동의 1위인 츠루노유 온천에 갔다. 너도밤나무의 원생림 지하 밑에서부터 용출된 계곡을 따라 형성된 이 온천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조용한 시골 분위기를 풍기는 전통 온천이다. 성분이 다른 4개의 온천이 각각 시로유, 구로유, 나카노유, 다키노유로 불리며 온천수의 효능이 뛰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원천의 입구가 옛날 시골 학교의 교실을 떠오르게 했다. 제일 작은 탕은 6명이 빼곡하게 앉으니 꽉 찼다. 여자 노천탕 앞에 남근이 세워져 있는 것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한다. 유백색의 유황온천수는 우유를 풀어놓은 것 같았다.   
 
한팀은 타자와 호에 위치한 로즈파크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일본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현립 자연공원으로 지정된 호수이며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을 통해 더욱 알려진 곳이다.
 
이 호수엔 누구나 사진을 찍는 다츠코 동상이 있는데. 그 주인공은 영원한 아름다움을 소망하다 호수의 수호신인 용이 되었다는 전설 속의 공주 '다츠코 히메'이다. 사랑을 맺게 해 주는 곳이라 해서 청춘 남녀들이 이 동상을 찾아 몰려드는 곳이라 한다.  

마지막 날 아키타 공항으로 가면서 구경한 무사마을 카쿠노다테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도검류, 의상, 족자, 회화, 문헌 등이 전시되어 있는 거대한 박물관 같았다. 전시용으로 특별히 건물을 지어서 외부로부터 수집해온 물건들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원래 이 가문에 있었던 것들이라고 하니 이 가문의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그 후손들은 1985년까지 이 집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무사마을의 늘어진 수양벚나무 길은 봄이 되면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하는 유명한 길이다. 무사마을에서 일본식 우동을 먹으며 내년 봄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릴 때쯤 다시 한 번 더 오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3박 4일 동안 천혜의 자연 속에서 아침저녁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정성이 담긴 일본 전통 음식을 먹고, 음이온이 그득한 숲 속에서 명상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하는 것은 뇌에서 좋은 물질인 세로토닌이 생성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시형 박사님의 열정적인 강의와 담소는 평소 가까이할 수 없었던 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 좋았고, 특히 인솔자인 이필구 사장님의 일본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풀어놓은 재담에 웃고 감동했던 즐거운 시간들이 추억으로 남는 멋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