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여성 自立 돕는 '재봉틀 학교'… 코리아發 희망 새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60년 전엔 한국이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처럼 전쟁 폐허였다는 얘기를 해주면 깜짝 놀라요. 아프간의 한국 기업 제품들을 보면 한국의 그런 과거가 상상이 안 되니까요. 한국인들의 도움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우리도 한국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겁니다."

아프가니스탄 돕기 모금 운동을 하는 주한 미군 서우석(46)씨가 작년 11월 인터뷰 때 했던 말이다〈본지 2012년 11월 28일자 A31면 참조〉. 서씨는 "한국의 도움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학교 50개를 세우는 게 목표"라는 포부도 밝혔었다.

1년 전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서씨는 그동안 한국에서 1억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올해 4월 아프가니스탄에 학교를 세웠다. 남편을 잃은 여성과 소녀 가장들이 재봉틀로 옷감을 짜는 법을 배우는 학교다. 내년 초엔 또 하나의 학교가 문을 연다.

서씨가 아프가니스탄과 인연을 맺은 건 2009년 파병을 가면서다. 의무병으로 일하던 서씨는 전쟁통에 다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최일선에서 만났다. 서씨는 "매일 수백명의 환자가 몰려드는 아비규환이었다"며 "옛날에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한국전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후 서씨는 아프가니스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안 쓰는 물건을 모아 나눠주는 식이었지만, 나중엔 여성들을 위한 재봉틀 학교 세우기 운동으로 방향을 잡았다. 서씨는 "아프가니스탄에선 여성의 사회 활동이 금지돼 있어 남편을 잃은 여성과 소녀 가장들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맴돌았다"며 "밖엔 못 나오지만 집에서 옷감을 짜는 일은 할 수 있겠다 싶어 재봉틀 학교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학교 세우기 모금 운동을 하던 2011년 9월 서씨의 한국 근무가 결정됐다. 서씨는 "30여년 만에 처음 한국에 다시 오게 됐다"며 "한국 사람들의 사랑을 아프간에 전하라는 운명 같았다"고 말했다. 고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서씨는 한국에 지인이 거의 없었지만 곧 서씨의 뜻에 공감해 힘을 보태주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서씨는 "과거 한국을 기억하는 분들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상황을 들려주면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약사로 일하는 한 40대 여성은 매달 60만원을 성금으로 보내온다. 60만원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1명이 3개월 과정의 재봉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드는 비용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이 여성은 서씨에게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 힘겹게 아이들을 돌보는 여성들의 마음이 우리 어머니와 같을 것이고, 그분들을 돕는 건 우리 어머니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렵게 장학금을 받아 어학연수를 떠났다는 한 여학생은 돈이 부족해 공부를 못하는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위해 한 달에 1만원씩을 내고 있다. 수원의 고교생들은 졸업생들의 교복으로 바자를 열어 그 수익금을 성금으로 전해왔다.

서씨에게 전달되는 기부금은 대부분 1만원 이하의 소액이지만 수천명이 넘는 사람이 기부에 동참해 1억원 넘는 모금을 이뤄냈다.

서씨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들에게 재봉틀 사용법을 가르쳐주면서 '아이들을 굶기지 않을 것과 학교에 보낼 것'을 약속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씨의 모금 구호는 '아프가니스탄에 한강의 기적을'이다. 그는 "오늘날 한국이 이렇게 발전한 데에는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밤잠도 설치고 돌렸던 재봉틀이 원동력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재봉틀이 똑같은 기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까지 총 10개 학교를 세울 계획이라는 그는 "현지에서 조사를 해보니 지금까지 학교를 졸업한 200여명의 여성이 모두 한 달에 60달러 이상을 벌고 있었다"며 "훗날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베풀어준 사랑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 문의 070-4207-8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