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개인끼리 중고물품 사고팔 때… 안전거래 사이트 '먹튀 사기' 속출

온라인에서 자주 물건을 사고파는 직장인 차영미(여·33)씨는 최근 인터넷 안전거래 사이트 A가 갑자기 폐쇄된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많을 때는 40만원까지 A사에 맡겨뒀었는데 돈을 다 쓰지 않았다면 모두 날릴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A사이트 폐쇄 후 피해자가 속출했다.

인터넷 안전거래 사이트는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 안전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곳이다. 구매자가 직접 판매자에게 돈을 보내는 게 아니라 안전거래 사이트에 결제를 하면, 이 사이트는 돈을 보관하고 있다가 판매자가 실제 물건을 보내고 구매자가 거래가 끝났다고 확인해줘야 비로소 판매자에게 돈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온라인상에 물건을 판다고 사진을 올려놓은 뒤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거나, 반대로 물건만 받고 돈을 보내지 않는 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사이트다.

이런 사이트의 생명은 당연히 '공신력'이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금융당국의 아무런 감독도 받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사이트로 나타났다. 17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된 안전거래 사이트는 모두 17개였는데 이 중 현재 상거래 중개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곳은 8개뿐이었다. 그나마 금융감독원에 '결제대금예치업자'로 등록된 사이트는 그중 3개뿐이었다. 기업과 기업, 혹은 기업과 개인 간을 중개하는 안전거래 사업자는 금감원에 등록해야 하지만 개인과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하는 안전거래 사업자는 등록 의무가 없는 법의 맹점 때문에 무자격 안전거래 사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중고 장터'를 통해 개인적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작년 전자상거래 중 개인 간 거래 규모는 11조8040억원으로 처음 10조원대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안전결제 사이트 이용자 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개인 간 거래를 '방치'하고 있어 대규모 사기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인터넷에서 만난 판매자로부터 순금팔찌와 18K 목걸이를 사기로 한 유모(40)씨는 '세이프베이'라는 안전거래 사이트를 통해 290만원을 입금했지만, 그날 오후 사이트는 폐쇄됐고, 판매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시 '세이프베이'를 통해 물건을 사려다가 유씨처럼 피해를 입은 20여명은 서울 종암경찰서 등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지난달 말에는 중고 물건을 사기 위해 '세이프리더'라는 안전거래 사이트에 돈을 입금했던 피해자들이 무더기로 서울 중랑경찰서에 피해 신고를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 대상이 아닌 업체의 사기 행각을 단속·처벌하는 것은 사법기관의 임무"라며 손을 놓고 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모든 업체의 등록 의무화, 등록업체 공시 등 조치만 있어도 사기 피해를 상당수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