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좋은 롱숏펀드(매수·공매도 동시에 하는 펀드)… 공매도(금융주) 풀려 날개 다나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이 해제되면서 공매도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롱숏펀드'가 날개를 달았다. 반면 공매도의 1차 타깃이 되고 있는 증권사들은 울상이다.

롱숏펀드는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은 사고(long), 내릴 만한 종목은 공매도(short)하는 방식으로 양쪽에서 동시에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롱숏펀드는 크게 개인 투자자가 가입하는 공모형 롱숏펀드와 고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형 헤지펀드로 나뉜다. 통상 종목을 싼값에 사서 높은 값에 파는 '액티브펀드'와 달리, 롱숏펀드는 수시로 주식을 공매도하기 때문에 기업들에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금융주 공매도 허용 조치 후 업황이 좋지 않은 증권사들이 공매도 공격의 주 표적이 되고 있다.

◇금융주 공매도 날개 단 롱숏펀드

롱숏펀드는 올해 박스권 장세에서 몸집을 불리면서 펀드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상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펀드 환매 릴레이 속에서도 설정액 10억원 이상 롱숏펀드 15개에는 자금이 총 1조원 이상 몰렸다.

현재 1조2000억원 규모의 롱숏펀드 시장은 토종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점유율 58%)·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17%) 등이 주도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사모형으로 운영되는 한국형 헤지펀드도 삼성자산운용 정도를 제외하면 브레인·트러스톤 등 국내 독립 운용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주는 공매도가 제한돼 있어 매입하는 데도 제한이 있었다"며 "이제는 매수와 공매도의 양쪽 전략을 좀 더 폭넓게 구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금융주 공매도 허용 후 대우증권·현대증권 등 증권주가 공매도의 주 타깃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일각에선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발(發) 증권사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증권업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한 대형 증권사 증권 담당 애널리스트는 "금융주 공매도가 은행이나 보험업보다 업황이 안 좋은 증권사에 타격을 주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공매도 허용으로 주식 매매 규모가 5%가량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증권업에 호재"라고 말했다.

◇롱숏펀드, 계속 수익 낼까

올해 롱숏펀드의 운용 성과에 대해 제로인 황윤아 연구원은 "2000선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한 박스권 장세에서 액티브펀드보다 롱숏펀드가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롱숏펀드는 같은 업종 내에서도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은 사들이고 고평가되어 있다고 보는 종목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를 해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예컨대 업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더라도 저평가된 종목은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고평가된 종목을 팔고 저평가 종목을 사들이는 게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개월간 코스피 지수가 1.45% 하락하면서 액티브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주식형 펀드는 1.4%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롱숏펀드는 같은 기간 0.58%의 플러스 수익을 올렸다. 또 지난 1년간 코스피가 5%가량 상승할 때 주식형펀드는 3.7% 수익에 그쳤지만 롱숏펀드는 7.57%로 두 배가량 높은 수익을 올렸다.

반면 외국인 순매수가 집중된 지난 3개월, 6개월간 수익률을 놓고 보면 롱숏펀드가 지수 상승분이나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투자 전문가들은 롱숏펀드가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코스피가 2060선의 방어벽을 뚫고 상승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하나은행 강남PB센터 김현규 부장은 "외국인 순매수가 들쭉날쭉한 등락장 상황에선 롱숏펀드 투자가 유효하지만, 지수가 대세 상승하면 액티브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고 했다.


☞롱숏펀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 주식은 공매도(미리 빌려 파는 것·short)해서 차익을 남기는 펀드 상품. 예컨대 사들인 주식에서 10% 손실이 나도, 공매도를 통해 20% 수익을 거두면 전체적으로 10%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