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뭘까요?

1960년대 개념미술의 융성 이래, 미술은 미술가의 손맛보다는 아이디어를 중시하게 됐지만, 특히 이 작가의 전시는 "과연 이런 것도 작품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2관에서 다음 달 15일까지 열리는 미국 작가 에론 영(Young·41) 개인전이다.

일단 조각. 벽에 붙어 있는 네 개의 은빛 조형물은 '스포일러(spoiler·자동차 뒷날개)'처럼 보인다. 자동차가 고속주행 시 전복되지 않도록 대기와의 마찰력을 높여주는 그 뒷날개. 작가는 빈티지 차의 뒷날개를 수집해 그 위에 크롬으로 도금했다. 작품 제목은 '무제'.

그리고 그림. 붉은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회화는 액션 페인팅의 산물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 함석판 위에서 오토바이를 움직여 마찰열로 탄 자국을 '작품'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름하여 '홀랑 타 버린 그림(burn-out painting)'.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작가의 관심사는 미국의 마초(남성우위) 문화.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대변되는 미국의 남성성에 대한 풍자다. 그는 미니멀리즘과 추상표현주의 같은 미국 미술 사조를 미국 하위문화의 상징인 자동차·오토바이와 결부시켜 비튼다.

전시 준비차 방한한 작가는 "내 '스포일러' 작품은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도널드 저드의 미니멀리즘 연작을, 오토바이 그림은 추상표현주의를 재해석한 것이다. 나는 미국 문화, 나아가 미국 미술사가 얼마나 물신화되어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미국 문화'를 소재로 하는 작가답게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뜬 제임스 딘을 연상케 하는 영상 작품도 내놓았다. (02) 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