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뭘 샀길래… 이렇죠?

시너지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5년 동안 계열사나 관계회사로부터 새 사업을 넘겨받은 상장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곳의 주가가 인수 이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계열사에 돈을 주고 신규 사업을 사오거나 그룹의 교통정리를 통해 비슷한 사업을 인수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보인 것이다.

보통 사업 부문을 늘린다는 발표가 나오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다. 계열사로부터 새 사업을 인수하면 사업 구조를 빠르게 개편할 수 있고, 세금을 줄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이런 통념이 흔들리고 있다. 업황이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몸집을 불리거나, 무리하게 사업 구조를 바꾸다 보면 오히려 건전성이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 인수한 상장사 33곳 중 14곳만 주가 올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작년까지 계열사나 관계 회사로부터 신규 사업을 인수한 상장사는 모두 33곳이다. 이 중 인수 이후 1년간 주가가 오른 곳은 14곳뿐이다. 나머지 19곳은 주가가 떨어졌다. 특히 올 들어서는 여섯 곳 모두 발표 후 주가가 하락했다.

신세계는 지난 2010년 3월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로부터 인터넷쇼핑몰 사업 부문인 신세계몰을 126억원에 넘겨받았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직후다. 그러나 신세계 주가는 인수 이후 1년간 8.9% 내렸다. 2009년 61억원이었던 신세계몰의 적자가 인수 이후 계속 누적되면서 실적이 나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3% 상승했다.

SK네트웍스는 2011년 2월 계열사 SK에너지가 가지고 있던 석탄광물사업 전부를 2366억원에 사들였다. SK그룹은 계열사 두 곳에서 진행하던 석탄광물 사업을 한곳으로 집중시키면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010년 2120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418억원으로 줄었다. 주가는 인수 이후 일년 동안 12% 떨어졌다. 인수 당시 1만2000원을 넘었던 주가는 16일 현재 7030원을 기록, 40% 넘게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3% 하락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은 하락폭이 더 컸다. 섬유가공업체 엔티피아는 2009년 8월 자회사 케이큐티의 수정발진기 제조 사업 부문을 인수했지만 1년 만에 주가가 52% 감소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큐렉소는 2011년 10월 무역업에 뛰어들기 위해 자회사 삼영시스템의 무역사업 부문을 인수했지만, 주가는 1년 새 36% 넘게 떨어졌다.

◇올해 인수 발표한 여섯 곳도 주가 떨어져

올해 계열사나 관계회사로부터 새 사업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상장사들의 주가 흐름 역시 부진한 상태다. 올 들어 인수 계획을 발표한 상장사는 동양네트웍스·두산건설·이엠넷·동양시멘트·사조산업·우리들생명과학 등 여섯 곳이다. 이 기업들의 주가는 인수 계획 발표 이후 모두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사업양수 소식이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를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만, 향후 기대했던 것만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 경우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계회사로부터 새 사업 부문을 사오는 것은 서로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경우가 많지만, 자칫 부실을 떠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시도하는 경영 다각화는 자칫 경영다악(惡)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종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사업과 계열사로부터 인수한 새 사업 간에 고객층을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기존 사업과 새 사업을 연계할 수 없으면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인수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