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7억 한의사? 사회에 병원 자산 내놔

"K팝(pop)처럼 한의학으로 K메디(medi)라는 브랜드를 갖고 세계에 진출해보려 합니다."

한의사인 자생한방의료재단 신준식(62) 이사장은 19일 "자산 총액 653억원, 전국 각지 15개 의료기관, 한의사·의사 146명이 소속된 대규모 한방의료재단을 탄생시켰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으로 신 이사장이 제출한 재산 출연과 법인 정관 변경 허가 신청을 복지부가 최종 승인했다.

신 이사장은 최근 건강보험공단 자료상 월수입이 17억원으로 밝혀져 고액 월급 논란의 주인공이 됐던 인물이다. 당시 그는 "월수입 17억원은 개인의 근로소득이 아니라 세전(稅前) 병원 사업소득분을 국세청에 신고한 액수"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신 이사장은 대부분 병원을 개인 소유로 지켜왔다. 이번에 15개 자생한방병원과 한의원 전체 자산, 병원 건물 171억원, 현금 출연분 20여억원 등 617억원을 자생의료재단에 출연해 총자산 653억원의 매머드급 재단으로 만든 것이다. 한방 병상 582개, 직원 650명, 연간 진료 횟수 70여만회에 달하는 규모다. 한방 분야에서 이만한 규모의 의료재단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신 이사장은 "개인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내놓은 셈"이라며 "각 의료기관을 의료재단으로 통합 운영하면서 개별 병원이 하기 어려웠던 연구와 공익 활동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재단에 귀속되는 모든 자산은 이제 '신준식' 개인 소유가 아닌 복지부가 법적 처분 권한을 갖는 재단 소속으로 바뀐다. 신 이사장은 재단 이사장으로서의 직무 급여와 운영권만 갖는다.

그는 7대째 한의사 집안 출신 한의사다. 남동생과 사위도 한의사다. 그의 부친은 의사와 한의사 자격증을 동시에 가진 의사로 유명했다. 그런 아버지 모습을 보고 자란 신 이사장은 1988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자마자 서울 역삼동에 자생의원을 개업했다. 1999년 성수대교 남단에 현재의 자생한방병원 본원을 세우면서 수술하지 않고 척추질환을 고치는 병원으로 환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는 "결핵성 척추염을 앓은 아버지가 말년에 척추병으로 고생하시는 것을 보면서 허리 병만은 꼭 고치리라 마음먹었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매년 영어 잘하는 한의대 신입생 5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해 한방의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한의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