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ESS(에너지 저장장치)·自家발전 시장 뜬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함에 따라 에너지 저장 장치(ESS)와 자가(自家)발전 시장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ESS는 전기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의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피크타임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선진국들이 앞다퉈 육성하고 있는 미래 산업이다. 그러나 설치비 부담이 큰 데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해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다. 에너지·화학 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이 이런 추세를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료 인상으로 ESS 투자비 회수 기간 3분의 2로 줄어

ESS는 원자력·화력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모아뒀다가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거대한 배터리 장치다. 마치 다목적댐이 수량을 관리하듯 전기 수요가 적을 때는 전기를 충전하고, 전력 소비가 많은 시간에는 방전한다. 저장 장치를 설치하면 심야 시간에 남아도는 전기를 모아뒀다가 피크시간에 쓸 수 있다. 현재의 발전 용량만 갖고도 올여름 겪었던 전력 대란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ESS의 효용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피크 시간대의 전기 요금이 비피크시간의 최대 16배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문제는 설치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다. 연간 전기 사용량이 40GWh

(연 전기료 40억원·1GWh는 100만㎾h)인 기업은 10㎿h(1㎿h는 1000㎾h)급 장치를 설치하는 데 80억원이 들지만 연 전기료 절감액은 5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동일한 조건에서 연간 전기료 절감액은 8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전에 15년이 걸리던 투자비 회수 기간도 전기료 인상에 따라 10년으로 단축된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엔 ESS 설치의 유인(誘因)이 커진 셈이다.

◇우리 기업 ESS 기술 수준 세계 최고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글로벌 ESS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을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ESS 시장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국제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 리서치가 지난 4월 발표한 배터리 업체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는 LG화학이 1위, 미국 존슨 컨트롤과 삼성SDI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LG경제연구원 신재욱 책임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ESS와 같은 국내 에너지 솔루션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보조금 지원 정책이 더해지면 우리 기업들이 향후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납축전지를 이용한 ESS 분야도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대웅 세방 기술연구소장(상무)은 "납축전지를 사용하는 ESS는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ESS에 비해 가격이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고, 안전성 면에서도 검증이 충분히 돼 있다"며 "향후 ESS 시장에서 대기업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체 자가발전 비중 확대될 듯

전기료 인상에 따라 기업체의 자가발전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번 전기료 인상으로 내년 한 해 전기료 부담이 500억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자가발전 비중을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포스코 전체 전력소비량의 70%를 자가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이 비중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도 현재 자가발전시설을 증설 중이다.

그러나 자가발전 시장이 급성장하기엔 우리 전기요금이 아직 저렴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전 관계자는 "아직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자가발전 시설이 늘어나려면 추가적인 전기요금 현실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SS(에너지 저장장치)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공급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장치. 리튬이온·니켈·납축전지 등 화학에너지 형태로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방식과 양수 발전, 압축 공기 저장 등과 같은 물리적 에너지 형태로 저장하는 비(非)배터리 방식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