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인데… 서울 개포지구대 화단에 수박 열려

초겨울, 서울 시내 경찰서 지구대에 때아닌 수박이 열려 화제다. 20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개포지구대 앞 화단에 '겨울 수박'이 여물었다. 지난 여름 수박을 먹고 난 한 경찰이 화단에 무심코 뱉은 씨가 싹을 틔운 것이다. 이성표(56) 경위는 "처음엔 잡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수박 열매가 맺히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구대 수박'은 단번에 '개포동 명물'이 됐다. 지구대 앞을 지나던 학생과 주민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신기하다"며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지구대 수박'이 유명해지자 지구대는 '수박 지키기 작전'에 나섰다. 지구대장 김인재(52) 경감은 "10월 중순부터 날이 추워져 수박이 시들까 염려돼 비닐을 씌워줬다"며 "취객이 수박을 뽑아갈까 순찰팀이 교대할 때마다 수박의 이상 유무를 늘 살폈다"고 말했다.

수박이 싹을 틔운 지 80일이 지난 20일 개포지구대 대원들은 수박을 쪼갰다. 날이 추워져 더 놔둬도 발육이 힘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 대원이 참석한 '수박 개봉식'에는 주민·학생 20여명도 함께했다. 지름 22cm의 작은 수박을 들고 경찰과 시민들은 "잘 익지는 않았지만 초겨울에 여문 '지구대 수박' 냄새가 향긋했다"며 함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