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없는 사극, 촌티 아줌마 = 드라마 대박의 조건?
입력 : 2013.11.20 23:31
元나라 황제 등장하는 '기황후' 변발 안하고 의복도 漢族 가까워
"고증 엉망" 비판에도 시청률 높아… 반면 사실성 뛰어난 작품은 저조
"제가 변발(辮髮)하면 배우 80%가 모두 변발을 해야 하잖아요. 드라마가 일주일에 2시간씩 6개월을 하는데 보시기에 부담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난달 24일 MBC 드라마 '기황후' 제작발표회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을 맡은 배우 지창욱(26)이 말했다. 그는 "고증(考證)을 100%로 하는 사극은 없다고 생각한다. 외부 요소 때문에 감정선이 흐트러져야 하는지 (제작진도) 고민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고려시대 말, 원나라 간섭기를 다루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그 누구도 변발을 하진 않았다.
"고증 엉망" 비판에도 시청률 높아… 반면 사실성 뛰어난 작품은 저조
"제가 변발(辮髮)하면 배우 80%가 모두 변발을 해야 하잖아요. 드라마가 일주일에 2시간씩 6개월을 하는데 보시기에 부담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난달 24일 MBC 드라마 '기황후' 제작발표회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 역을 맡은 배우 지창욱(26)이 말했다. 그는 "고증(考證)을 100%로 하는 사극은 없다고 생각한다. 외부 요소 때문에 감정선이 흐트러져야 하는지 (제작진도) 고민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고려시대 말, 원나라 간섭기를 다루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그 누구도 변발을 하진 않았다.
"고증이 엉망"이라는 비판에도 20일 이 드라마는 시청률 16.9%(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 동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변발뿐 아니다. 복식도 몽골풍이 아닌 한족(漢族)풍이고, 고려왕의 옷도 조선시대 의복에 가깝다. 고려시대는 고대에 비해 당대를 유추할 만한 자료가 풍부한 터라 의도적으로 고증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MBC 주성우 CP는 "고증을 너무 좇다 보면 화면이 추레해질 수 있다"면서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로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사극이 잘되려면 되레 고증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KBS '공주의 남자'(2011), MBC '마의'(2012) 등 최근 흥행한 사극은 모두 '팩션'을 기반으로 해 고증의 압박에서 비켜나 있다. 반대로 고증에 공들인 작품들의 성적은 부진하다. 철저한 고증으로 호평받았던 KBS '한성별곡'(2007)은 사극 최초로 '마상총(馬上銃)'을 등장시키고, 정조 임금의 친위대가 총을 쏘기 전 '보호 안경'을 착용하는 등 세심한 디테일에 신경을 썼지만, 시청률은 7% 내외로 저조했다. 정통 사극을 표방한 SBS '대풍수'(2011)는 한 번도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한 채 종영했다.
일제강점기 농구선수들을 조명한 tvN '빠스껫볼' 역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당대의 사실성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시청률은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빠스껫볼'의 곽정환 PD는 "전통 사극과 퓨전 사극의 구분이 없어졌다. '고증하려면 솔직히 머리 아픈데, 굳이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오락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사극이란 장르는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사극의 옷은 입었지만 진짜 사극은 사라지고 트렌디 드라마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사극을 역사 공부가 아닌 쾌감을 위해서 보는 게 맞긴 하지만, 시청률에만 매달려 역사성을 무시한다면 전파라는 공공재를 쓰는 방송국이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줌마 캐릭터 단골 헤어 '뽀글머리'
인지도·시청률 높이는 '효녀'지만 "전형적인 줌마렐라 스타일" 評도
이러다 보니 사극이 잘되려면 되레 고증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KBS '공주의 남자'(2011), MBC '마의'(2012) 등 최근 흥행한 사극은 모두 '팩션'을 기반으로 해 고증의 압박에서 비켜나 있다. 반대로 고증에 공들인 작품들의 성적은 부진하다. 철저한 고증으로 호평받았던 KBS '한성별곡'(2007)은 사극 최초로 '마상총(馬上銃)'을 등장시키고, 정조 임금의 친위대가 총을 쏘기 전 '보호 안경'을 착용하는 등 세심한 디테일에 신경을 썼지만, 시청률은 7% 내외로 저조했다. 정통 사극을 표방한 SBS '대풍수'(2011)는 한 번도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한 채 종영했다.
일제강점기 농구선수들을 조명한 tvN '빠스껫볼' 역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당대의 사실성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시청률은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빠스껫볼'의 곽정환 PD는 "전통 사극과 퓨전 사극의 구분이 없어졌다. '고증하려면 솔직히 머리 아픈데, 굳이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대세가 되면서, 오락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그는 "사극이란 장르는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줄 수 있는 교훈이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사극의 옷은 입었지만 진짜 사극은 사라지고 트렌디 드라마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사극을 역사 공부가 아닌 쾌감을 위해서 보는 게 맞긴 하지만, 시청률에만 매달려 역사성을 무시한다면 전파라는 공공재를 쓰는 방송국이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줌마 캐릭터 단골 헤어 '뽀글머리'
인지도·시청률 높이는 '효녀'지만 "전형적인 줌마렐라 스타일" 評도
바람 피우다 걸려 헤어진 전(前) 남편이 재결합을 요구하자, 쓴소리가 날아온다. “양육비 주러 왔으면 돈이나 주고 가. 자식 양육비 하나 제대로 못 주면서 아빠 노릇은 하겠다는 거야?” 앳되지만 아줌마 파마, 일명 ‘뽀글머리’를 해 억척스러운 기운을 풍기는 이 여자, KBS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이혼 두 번 한 아줌마 공정자 역을 맡은 배우 정시아(32·사진)다. 전작 MBC ‘구암 허준’에선 선조 임금의 총애를 받는 인빈 김씨로 나왔던 그다. 정시아는 “아이 둘을 낳으면서 마음가짐이 바뀌었고, 예쁘게 나오고 싶은 욕심을 완전히 버렸다”면서 “미용실에서 헤어스타일을 연구하다 아줌마의 ‘뽀글머리’가 떠올라 제작진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TV드라마에 또 ‘뽀글머리’가 등장했다. 한혜진(2005·굳세어라 금순아), 고(故) 최진실(2008·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오현경(2011·미쓰 아줌마), 심이영(2012·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뽀글머리’ 계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뽀글머리’는 여배우에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드라마로는 시청률 견인에 ‘효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심이영(33)의 경우, ‘넝쿨당’ 출연 당시 연기 11년차였음에도 무명에 가까웠지만 ‘장군이 엄마’로 단박에 인지도를 전국구로 넓혔다. ‘뽀글머리’가 효녀 역할을 하는 배경엔 ‘줌마델라’(아줌마+신데렐라) 신드롬이 있다. 대개 촌스러운 뽀글머리 여배우들이 드라마 후반으로 가면서 파마를 풀고 환골탈태해 멋진 사랑을 이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도식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정시아 역시 드라마 중반부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되면서 파마를 풀 예정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코믹한 외모는, 촌스러운 여자가 종국엔 사랑과 외모를 모두 쟁취한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위해 계획된 설정”이라면서 “전형적인 틀 안에서 해피엔딩을 위해 너무 쉽게 스토리를 풀어가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TV드라마에 또 ‘뽀글머리’가 등장했다. 한혜진(2005·굳세어라 금순아), 고(故) 최진실(2008·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오현경(2011·미쓰 아줌마), 심이영(2012·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뽀글머리’ 계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뽀글머리’는 여배우에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드라마로는 시청률 견인에 ‘효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심이영(33)의 경우, ‘넝쿨당’ 출연 당시 연기 11년차였음에도 무명에 가까웠지만 ‘장군이 엄마’로 단박에 인지도를 전국구로 넓혔다. ‘뽀글머리’가 효녀 역할을 하는 배경엔 ‘줌마델라’(아줌마+신데렐라) 신드롬이 있다. 대개 촌스러운 뽀글머리 여배우들이 드라마 후반으로 가면서 파마를 풀고 환골탈태해 멋진 사랑을 이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하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도식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정시아 역시 드라마 중반부 본격적인 로맨스가 시작되면서 파마를 풀 예정이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코믹한 외모는, 촌스러운 여자가 종국엔 사랑과 외모를 모두 쟁취한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위해 계획된 설정”이라면서 “전형적인 틀 안에서 해피엔딩을 위해 너무 쉽게 스토리를 풀어가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