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1+1=3 ? 계산이 안맞네… 中國 통계, 어디까지 믿습니까?
입력 : 2013.11.20 23:40
[들쑥날쑥 中 통계 오해와 진실]
中 정부 공식적으로 발표한 GDP, 지방정부의 GDP 합산과 안맞아
경기 예측 PMI·실업률도 차이… 中 당국의 조작설 제기되는데…
조사대상·집계 방식의 차이 때문, 中 당국도 정확성 위해 제도 개선
너무 믿지도 의심하지도 말라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경제통계가 조작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올 8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제기한 중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조작설도 그중 하나다. FT는 중국통계국의 PMI와 홍콩계 은행 HSBC의 PMI가 방향이 엇갈렸다며 조작설을 제기했다. 또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추계가 나올 때면 중국 내부적으로도 통계의 신뢰성이 도마에 오른다. 실제 지난 1~3분기(1~9월) 27개 성(省)의 GDP를 더했더니, 전국 GDP보다 3조4000억위안이나 많았다. 중국 공식 통계에 대한 끊이지 않는 조작 논란은 왜 생기는 걸까? 중국 공식 통계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중국 경제지표는 모두 엉터리인가?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쓰여온 PMI는 통계국과 HSBC의 발표치가 올해 5월부터 3개월 연속 엇갈렸다. PMI는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작으면 수축을 예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기간 HSBC의 PMI는 50을 하회하며 경기 축소를 전망한 반면, 통계국의 제조업 PMI는 50을 상회하며 경기 확장 신호를 보냈다. 통계국 PMI 외에도 경기 축소를 예고하는 지표는 많았기 때문에 지수 조작설은 자연스레 제기됐다.
◇중국 경제지표는 모두 엉터리인가?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쓰여온 PMI는 통계국과 HSBC의 발표치가 올해 5월부터 3개월 연속 엇갈렸다. PMI는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을, 작으면 수축을 예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 기간 HSBC의 PMI는 50을 하회하며 경기 축소를 전망한 반면, 통계국의 제조업 PMI는 50을 상회하며 경기 확장 신호를 보냈다. 통계국 PMI 외에도 경기 축소를 예고하는 지표는 많았기 때문에 지수 조작설은 자연스레 제기됐다.
그러나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두 PMI의 차이는 조사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고 반박한다. 국가통계국이 '물류·구매협회(CFLP)'에 맡겨 조사하는 공식 PMI는 3000여개 대기업과 국유기업이 대상이다. 반면 HSBC가 영국의 마킷(Markit)그룹과 공동으로 산출하는 PMI는 400여개 중소 민간기업을 조사한다. 대기업과 중소 민간기업의 체감 경기는 다를 수 있다. 후자는 수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올해 상반기 해외시장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전국과 지방총합 GDP의 불일치는 추계기관이 달라서 생기는 현상이다. 각 지방 GDP의 합이 전국 GDP보다 커지는 황당한 상황은 2002년부터 벌어졌다. GDP는 1985년부터 국가통계국과 지방통계국이 따로 산출해왔다. GDP 집계 과정에서 원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할 경우엔 추산해야 하는데, 이때의 추산 방법이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방통계국은 조직편제상 국가 통계국 산하이지만, 인사권은 지방 정부가 쥐고 있다. 지방정부 관료의 평가기준엔 해당 지역 GDP 성장률이 포함된다. 당연히 이들은 성장률을 최대한 높게 산출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지방 국유기업이 다른 지방에 자회사를 설립했다면 자회사가 올린 부가가치를 자신의 관할 지방 GDP에 포함시키려는 유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중국의 실업률 통계치는 지난 10년간 4%대로 요지부동이다. 2011년 중소 민영기업의 메카라는 저장성 원저우(溫州) 지역에서 연쇄 도산 사태가 발생했다. 대량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을 게 뻔한데도 실업률은 4%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중국의 실업률 집계 방식을 들여다보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실업률 통계의 바탕이 되는 실업은 '등기제' 방식으로 집계한다.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60일 내 주민등록(후코우) 소재지로 돌아가 등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둥(廣東)성에 후코우를 가진 농민공(도시 지역에 임시로 이주해 공장 등에 다니는 농민)이 베이징에서 일자리를 잃으면, 그는 서울~부산을 3번 왕복하는 거리에 있는 광둥으로 돌아가야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기업 또한 해고인력에 대해 등기를 해야 하는데, 소속된 지방정부가 실업률을 낮게 관리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등기를 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데이터 생성 과정을 이해해야
중국 통계가 선진국 통계만 한 신뢰성을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경제통계의 신뢰성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난 적이 있다. 올 4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광공업 생산지표에 대해 서로 엇갈린 수치를 제시해 경기판단에 혼선을 줬다. 통계청의 해명은 두 생산지표는 조사 방법과 산출 방법이 달라 별도의 통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PMI 논란과 유사했다.
중국 통계의 신뢰성 문제는 중국 정부의 행정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1년 11월부터 통계 데이터 수집 과정을 대대적으로 전산화하기 시작하는 등 나름대로 공식 통계를 정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일종의 '통계 신문고'를 개설해 네티즌들이 통계법을 어긴 기업 등을 폭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외신들의 중국 통계 조작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중국의 공식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곤란하다. 조작은 하지 않지만, 정책 홍보에 유리한 통계치를 강조하는 등의 '통계 마사지' 작업은 다른 나라들만큼 한다고 봐야 한다. 공식 통계가 제공하는 데이터에서 큰 줄기를 따라가되, 다양한 실물 경기의 보조 지표를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국과 지방총합 GDP의 불일치는 추계기관이 달라서 생기는 현상이다. 각 지방 GDP의 합이 전국 GDP보다 커지는 황당한 상황은 2002년부터 벌어졌다. GDP는 1985년부터 국가통계국과 지방통계국이 따로 산출해왔다. GDP 집계 과정에서 원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할 경우엔 추산해야 하는데, 이때의 추산 방법이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지방통계국은 조직편제상 국가 통계국 산하이지만, 인사권은 지방 정부가 쥐고 있다. 지방정부 관료의 평가기준엔 해당 지역 GDP 성장률이 포함된다. 당연히 이들은 성장률을 최대한 높게 산출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지방 국유기업이 다른 지방에 자회사를 설립했다면 자회사가 올린 부가가치를 자신의 관할 지방 GDP에 포함시키려는 유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중국의 실업률 통계치는 지난 10년간 4%대로 요지부동이다. 2011년 중소 민영기업의 메카라는 저장성 원저우(溫州) 지역에서 연쇄 도산 사태가 발생했다. 대량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을 게 뻔한데도 실업률은 4%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중국의 실업률 집계 방식을 들여다보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실업률 통계의 바탕이 되는 실업은 '등기제' 방식으로 집계한다.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60일 내 주민등록(후코우) 소재지로 돌아가 등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광둥(廣東)성에 후코우를 가진 농민공(도시 지역에 임시로 이주해 공장 등에 다니는 농민)이 베이징에서 일자리를 잃으면, 그는 서울~부산을 3번 왕복하는 거리에 있는 광둥으로 돌아가야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기업 또한 해고인력에 대해 등기를 해야 하는데, 소속된 지방정부가 실업률을 낮게 관리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로 등기를 받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데이터 생성 과정을 이해해야
중국 통계가 선진국 통계만 한 신뢰성을 갖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경제통계의 신뢰성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난 적이 있다. 올 4월 통계청과 한국은행은 광공업 생산지표에 대해 서로 엇갈린 수치를 제시해 경기판단에 혼선을 줬다. 통계청의 해명은 두 생산지표는 조사 방법과 산출 방법이 달라 별도의 통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PMI 논란과 유사했다.
중국 통계의 신뢰성 문제는 중국 정부의 행정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11년 11월부터 통계 데이터 수집 과정을 대대적으로 전산화하기 시작하는 등 나름대로 공식 통계를 정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일종의 '통계 신문고'를 개설해 네티즌들이 통계법을 어긴 기업 등을 폭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외신들의 중국 통계 조작설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중국의 공식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곤란하다. 조작은 하지 않지만, 정책 홍보에 유리한 통계치를 강조하는 등의 '통계 마사지' 작업은 다른 나라들만큼 한다고 봐야 한다. 공식 통계가 제공하는 데이터에서 큰 줄기를 따라가되, 다양한 실물 경기의 보조 지표를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