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는 태양에서 나오는 눈 부신 빛과 같다.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의 다양성은 어떤 때는 눈부시게 부서져 뿌려지는 스펙트럼이다. 하나의 언어에 익숙해지기도 너무 힘든 게 보통 사람들이다. 외국어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도구로 볼 정도로 인간이란 지능을 가진 존재에게는 귀중한 것이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의 외국어 실력이 유난히 기회가 날 때마다 신문에 실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나 반대인 사람들의 입에 그 사람들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 외국어는 국가 정상은 절대 하면 안 되는 그런 것인가 하는 당위성에 대해서도 말이 꽤 많다.
로마의 휴일이란 50년대 명화는 고전적인 풍만한 가슴을 가지고 화려하게 뻗친 머리 모양새를 가진 여배우와 달리 가슴도 밋밋하고 발도 기다란 비전통적인 미녀인 오드리 헵번이 등장하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공주로 나오는 헵번의 극 중 머리 모양의 변화는 당대의 지구촌 여성들의 머리 모양을 혁신시키기도 했다고 전한다.
오드리 헵번은 그녀의 화려한 영화에서의 독특한 옷을 유행시키면서 다양한 매력을 은막에서 펼친 세기의 영화배우였다. 그녀는 불행한 결혼생활의 불운도 겪었지만, 그녀의 시니어 시절까지도 봉사활동을 하며 아프리카로 가기도 하였다.
기본적으로 그녀는 로마의 휴일로 1954년 오스카 여배우상을 받을 때도 매우 기품 있는 수상 연설을 하기도 했다. 당시 방년 스물네 살의 그녀는 나이가 갈수록 더욱 기품을 더하는 그녀만의 잘 정제되고 또렷한 음성으로 전했다.
"너무 과분한 상이고, 함께 한 몇 달, 몇 년간 저를 도와 이끌어 주시고 많은 걸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몹시 행복합니다. (It's too much, I want to say thank you to everybody who in these past months, years, have helped, guided given me so much, I'm truly, truly grateful and terribley happy.)"
그녀는 실제로 시니어 나이가 되어서도 품위 있는 모습을 지켰고, 각종 유럽의 방송사에서도 격조 있는 영화배우의 품격을 결코 사라지게 하지 않는 모습을 꾸준히 유지했다. 비록 시대는 달랐고, 그 역할을 다르지만, 현재 한국의 여자 대통령도 결코 그 옷을 입는 품격이나 격조는 영국 여왕의 세기를 잇는 그 기품과 격조에 바로 대조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다. 정치적 입장이란 잣대를 어떻게 재야 자국의 여자 대통령의 패션이나 기품을 인위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한국의 여자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을 수백 년 전통의 미 의회에서 한 것이나 프랑스어로 연설을 한 일은 결코 비난받을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치밀하게 준비된 해당 외국의 말로 연설을 함으로써 오랫동안 주변국의 침략과 수탈로 인해 역사의 얼룩이 크게 생긴 한국사를 그 해당국에 친밀한 나라의 역사로 열어 갈 수 있는 귀중한 외교 행위라고 보고 싶다.
오드리 헵번이 영어로 수상소감을 말하고, 네덜란드 말을 하거나, 불어로 능숙하게 인터뷰를 즐기고, 스페인어로 난민을 위로하고, 이탈리아어로 대담을 하는 것을 보고 아무도 오드리 헵번이 능통한 외국어를 교만하게 자랑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리어 오드리 헵번의 몇 개의 외국어를 습득한 지성과 소통을 통해 인간의 유대감과 동질감이 돋보일 뿐이다. 한국의 여자 대통령과 로마의 휴일의 명 여배우는 비록 영역은 다르고 시대는 달랐지만 다양한 국가와 그 언어 대중에게 다가가는 그 기본적 인간의 자세는 동일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