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위에 꽈배기가?

복슬복슬한 양털, 천연섬유의 일종인 양모(羊毛)는 흔히 울(wool)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오랫동안 울은 옷과 가구, 천연 단열재의 재료로 쓰였다. 몇 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고, 외부 환경에 대한 에너지 손실을 막아주는 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여주는 친환경 소재다.

울이라는 소재의 재발견. 오는 25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울 모던(Wool Modern) 전시'가 열린다. 2011년 찰스 왕세자의 후원으로 영국에서 시작된 전시로, 독일·호주·중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 6명과 산업 디자이너 5팀이 울을 소재로 활용해 작품 68점을 내놨다.

'디자인 메소드'의 김기현씨는 울을 활용한 디자인 방음·방열재를 선보인다. 김씨는 "디자이너와 건축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옷 입은 가구'로 꾸준한 화제를 모아온 '캄캄'의 서현진·김재경은 이번에도 옷을 입은 의자와 소파를 내놨다. 울 섬유는 가느다란 원사를 꼬아서 만든다. 두 디자이너는 이 과정에 주목, 큼직하고 폭신한 꽈배기 모양의 실타래 뭉치를 만들고 이를 소파의 등받이처럼 달았다.

디자이너 우기하·강현석은 벽시계·라디오·멀티탭 등을 모두 울로 만들었다. 이들은 "뻔한 사물을 울이라는 이질적인 소재로 만드는 순간부터 새로운 조형 언어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더 줌'도 펠트로 만든 쇠사슬 조형물을 선보였다. 무겁고 단단하고 차가울 것 같던 쇠사슬을 푹신한 펠트로 완성했다.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놓칠 수 없다. 정구호는 '탈피(脫皮)'라는 이름의 옷을 완성했다. 재킷 6벌이 겹쳐지고 벗겨지면서 다양한 형태가 되는 구조적인 옷이다. 디자이너 문영희는 울과 실크를 쌓아올려 '진화'라는 이름의 코트를 완성했다. 디자이너 정욱준은 그의 장기(長技)인 트렌치코트를 선보였다. 형태를 부풀려 과장했지만 잡다한 장식 없이 말끔하다. 디자이너 최유돈은 러시아 민속 의상에서 영감을 얻은 새빨간 니트 드레스를, 최철용은 땅거미가 내려앉은 하늘 아래를 걸어가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검은색 코트를 내놨다. 존 갈리아노·랑방·폴 스미스가 만든 울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무료 입장. 문의 (02)733-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