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東洋 막아라"… 금융상품 불완전판매하면 퇴출시킨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기업 부실을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제2의 동양그룹을 막기 위해 금융 당국이 21일 강도 높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동양증권의 경우처럼 부실 계열사 지원을 위해 CP나 회사채를 불완전판매하는 행위 등을 '10대 위반행위'로 규정, 위반 시 무조건 최고 제재를 할 방침이다. 문제가 된 영업 부문에 대한 영업정지나 인가 취소까지 가능하다고 금융위는 밝혔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10대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10대 위반행위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대주주·계열사 부당 지원, 대출금리·수수료 과다 수수, 꺾기(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불법 채권 추심 등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계열 대부업체를 통해 부실 계열사를 우회 지원하는 길을 원천 봉쇄키로 한 것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대부업체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느슨한 점을 악용, 동양증권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이용해 부실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부실을 키웠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부업체가 사실상 동양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픈 실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 방지 등 개인 투자자 보호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특히 내년 3월 말까지 회사채, ELS 등 금융 상품을 손실 위험등급별로 3단계로 나눠, 아예 투자설명서의 색상을 손실 가능성이 낮은 순서대로 녹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구분해 한눈에 위험도를 알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동양그룹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동양그룹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많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증권업계 등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해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기 전에 발표됐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후약방문'이지만, 투자자 보호와 대부업체 감독 강화 등은 제대로 맥을 짚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실 위험 큰 금융상품 투자설명서는 빨간색, 위험 낮으면 녹색

금융 상품별로 손실 위험을 따져 투자설명서의 색상에 차등을 두는 방안은 국채나 CMA(종합자산관리계좌)처럼 손실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녹색, 우량 회사채나 원금보장형 ELS 등은 노란색, 투기등급 CP나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은 빨간색이 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증권사 등이 위험등급별로 투자설명서 색상에 차이를 두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투자설명서에 자필 서명 외에 추가로 "위험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였음" 등의 문구를 자필로 직접 써넣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동양그룹 회사채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던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내년 상반기 중에 최소 가입 금액을 5000만원으로 설정해 증권사들이 소액 투자자에게는 아예 투자를 권유할 수 없도록 안전판을 설치키로 했다. 금융위는 "최소 가입 금액을 점진적으로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특정금전신탁 가입을 권유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도 연말부터 금지된다.

◇대기업 소유 대부업체의 계열사 우회 지원 차단

대부업체가 대주주나 계열사 우회 지원을 위한 통로로 이용된 동양그룹의 재판(再版)을 막기 위한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대부업체는 산업자본(일반 기업체)과의 거래에 제한이 없는데, 이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동양증권은 동양파이낸셜대부 지분을 100% 갖고 있고 동양파이낸셜대부는 그룹 지주회사 격인 ㈜동양의 지분 26.21%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증권이 사실상 ㈜동양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지만, 대부업체는 우회 지배 규제 대상이 아니라서 금융위의 감시(승인)를 제대로 받지 않고 지분을 취득할 수 있었다.

금융위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직접 감독·제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또 대부업체 등을 이용해 기업을 우회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된다. 현재는 특정금전신탁과 펀드 등을 통한 우회 지배 등을 사례별로 열거해 규제하고 있어, 대부업체를 이용한 경우 등이 누락돼 있다. 대기업 계열 대부업체가 대주주나 계열사와 거래를 할 경우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회사가 최대주주인 대부업체의 경우에는 대주주·계열사에 대한 신용 공여를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대기업 부실 공개해 선제적 구조조정 확대

내년 상반기부터 대기업 가운데 CP나 회사채 등의 발행 잔액과 부채비율 등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권 신용공여(대출과 보증)와 CP·회사채 등 발행액을 합쳐 금융회사 전체 신용공여액의 0.075%(지난해 기준 1조2114억원) 이상인 경우 금융권 대출과 보증 규모, CP나 회사채 등의 발행 및 미상환 규모 등을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는 또 2015년부터는 기업별로 '독자신용등급'을 매기는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