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혜택 챙기려면… 굴비엮듯 실적 묶고 필요할 땐 갈아타야

'요즘 신용카드 혜택이 다 고만고만합니다. 솔직히 카드사에서 일하는 저도 마땅히 고르고 싶은 카드가 없어요.'(A카드사 과장급 직원)

카드사들은 1~2년 전부터 부가 서비스 혜택을 대폭 축소하기 시작해 이제는 거의 혜택이 비슷해졌다는 게 업계의 자체적인 평가다. 큰 히트작도 없고 크게 빠지는 카드도 없는 상황에서 혜택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카드를 많이 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드를 쓰기에 따라 전체적인 사용 실적에 비해 높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여기에 최근엔 '카드 실적을 전혀 요구하지 않겠다'는 역발상으로 승부하는 카드도 나왔다. 머니섹션 M플러스가 주어진 조건에서 혜택을 최대한 챙기는 '카드 장벽 뛰어넘기' 방법을 알아봤다.

◇KB카드 '굴비' 엮어 혜택 쏙쏙

카드 고수들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혜택만 쏙쏙 골라 취하는 것) 무용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는 '굴비 엮기'다. 대부분의 신용카드는 '전달 얼마를 쓰면 다음 달에 얼마의 혜택을 주겠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 기준을 뛰어넘기 위해서 한 카드사에서 카드를 여러 장 발급받은 뒤 각 카드의 혜택만 쏙쏙 골라 쓰는 게 굴비 엮기 기술이다. 굴비 엮기가 가능한 카드는 KB카드가 거의 유일하다. 카드사에서 여러 장의 카드 실적을 합산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KB카드에서 외식 할인을 해주는 The CJ카드와 마트 할인 혜택을 주는 이마트 카드, 영화 할인을 해주는 마이원 카드 3개를 발급받아 각각의 할인 혜택에 쓴다. 만약 굴비 엮기가 안 되는 카드로 영화 할인을 받으려면 할인이 안 되는 마트나 외식 업종에서도 일정액을 반드시 써야 한다. 하지만 이들 카드는 굴비 엮기가 되기에 다른 카드가 할인받은 업종의 사용액을 자신은 할인받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전월 실적으로 잡아준다. 굴비 엮기는 스타카드·포인트리카드·SK스마트카드·GS칼텍스카드 등으로도 확장된다. 잘만 쓰면 한 달에 150만원 사용에 6만~7만원 할인으로 웬만한 카드 할인의 두 배 혜택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굴비가 가능한 카드의 숫자는 한정돼 있다. 예컨대 이마트를 가기보다 홈플러스나 롯데마트를 선호하면 굴비 엮기로 얻을 혜택이 별로 없을 수 있다. KB카드는 5~6년 전부터 발급하기 시작한 카드는 대부분 카드 간에 전월 실적 교환이 안 되도록 장벽을 쳐 놨다. 그래서 카드 고수들이 찾아낸 대안이 '투 엑스 갈아타기 신공'이다.

◇외환 2X는 '갈아타기 신공'

'투 엑스(2X)' 카드는 외환카드가 발급하는 4종류의 카드로 알파(α)·베타(β)·감마(γ)·시그마(Σ)로 분류된다. 알파카드는 식음료와 대중교통·편의점 등에 할인을 많이 해주고, 베타카드는 학원·대형마트에, 감마카드는 의료비·레저 업종 할인에 강점이 있다. 시그마카드는 폭넓은 업종에서 할인이 아닌 포인트를 쌓아준다. 하지만 이들 카드는 '투 엑스(2X·두 배)'란 이름처럼 6개월 이상 사용해야만 할인율·적립률 2배로 높아진다. 또 전달에 25만원 이상은 써야 혜택을 준다. 그런데 문제는 카드를 항상 한 곳에만 쓰지 않는다는 것. 방학이라 학원에 많이 갈 때도 있고, 갑자기 아파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상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카드 고수들은 혜택이 필요할 때마다 알파에서 감마로, 감마에서 알파로 갈아타는 '투 엑스 갈아타기 신공'을 찾아냈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투엑스 카드끼리 교체해도 연속 사용 개월수와 전월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게 맞는다"고 했다. 또 하나의 카드 고수들의 팁은 할인율·적립률을 '6개월 사용 실적'에 연동하는 제도의 맹점이다. 최초 5개월 동안은 한 달에 1만원씩만 쓰고 6개월째부터 25만원씩 써도 6개월 내내 25만원을 쓴 것과 동일한 혜택을 7개월째에 누릴 수 있다.

◇'무실적' '잔돈 절사' 카드도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또한 '이것저것 따지기 골치 아프다, 하지만 혜택은 받고 싶다'는 것이다. 여기에 딱 어울리는 카드가 있다. 전월 실적과 관계없이 언제나 할인 또는 적립을 해 주는 '무실적 카드'다. 할인 한도 없이 쓰면 쓰는 대로 할인이 된다.

'현대카드 제로(ZERO)'는 전월 실적 제한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0.7%를 청구 할인해 준다. 모든 일반 음식점, 커피 전문점, 대형 할인점, 편의점, 대중교통 이용시 0.5%포인트 더 할인받을 수 있다. '삼성카드4' 역시 모든 가맹점에서 0.7%를 청구 할인해 주고, 10만원 이상 결제시 1% 할인된다. 하나SK 스마트애니(SmartAny)카드는 결제 금액의 0.8~1.3%가 할인되며, 우리다모아카드는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 금액의 0.7~1%를 '모아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잔돈까지는 굳이 안 받겠다'는 카드도 있다. 신한 심플(Simple)카드는 '잔돈 할인' 서비스를 통해 편의점이나 할인점, 커피전문점 등에서 2만원 이상 결제하면 1000원 미만의 잔돈을 할인해 준다. 3만1950원을 결제했다면, 950원을 뺀 3만1000원만 내면 된다. 단 한 달에 10번까지만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