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대출도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유지해 왔던 양적 완화정책(QE·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출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상품은 4% 안팎, 급여통장 개설 등으로 우대금리를 적용받으면 3% 중반까지 금리가 내려간다. 반면, 고정금리 대출은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 정해지기 때문에 금리가 4% 중반까지 올라간다.

고객들은 당장 금리가 낮은 것처럼 보이는 변동금리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변동금리 상품이 유리하기만 할까. '머니 섹션 M 플러스'는 외환은행 개인고객부에 의뢰해 금리가 변화에 따른 고정·변동금리 대출의 이자가 얼마나 되는지 산출해 봤다. 또 4대 시중은행인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PB 12명에게도 고정·변동금리 대출 중 무엇이 유리한지 물었다.

◇장기 대출이라면, 금리 2%만 올라도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

외환은행 개인고객부는 변동·고정금리 대출 모두 1억5000만원을 대출받고, 2년 거치 이후 3년째부터 대출 원금을 매달 똑같이 상환하는 방식(원금균등분할 상환)을 적용해 이자 비용을 산출했다. 대출 기간은 17년으로 산정했다. 급여통장·카드 개설 등에 따른 우대금리 요인은 제외했다.

우선 변동금리 대출일 경우, 현재 적용되는 금리 4.17%가 17년간 변하지 않는다면 총 이자 금액은 5916만원이었다. 또 금리가 2년간 2% 상승한 뒤 그대로 이 금리가 유지된다면 총 이자는 8378만원, 금리가 5년간 5% 오른 뒤 유지되면 총 이자는 1억1006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중은행을 통해 판매하는 장기고정금리 대출인 '적격대출'을 이용하면 현재 금리 4.48%가 적용돼 총 이자가 7486만원이었다. 다만 적격대출은 대출 기간이 10년·15년·20년으로 나뉘어 있어 17년짜리 상품 대신 상환 기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지금처럼 똑같이 유지된다면 고정금리 대출의 총이자가 1570만원 더 많다. 하지만 현재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어서 지금 같은 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은 적다. 금리가 2년간 2% 오르거나, 5년간 5% 오른다면 고정금리대출의 총 이자가 각각 892만원, 3520만원씩 적다.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고객이 각종 우대금리로 0.2~0.6%까지 금리 할인을 받으면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할 수도 있다. 또 대출 원금을 2~3년 안에 대폭 상환하거나, 대출 기간 안에 집을 팔아 대출을 갚고 이사할 수도 있어 절대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원금을 빨리 그리고 많이 갚을수록 이자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대출을 받은 뒤 3년이 되지 않아 변동에서 고정금리대출로 갈아탈 때에는 중도상환 수수료(대출상환액의 1.0~1.5%)를 내야 해 대출 갈아타기에 신중해야 한다.

외환은행 개인고객부 박용호 과장은 "담보로 제공한 집을 오래 보유하면서 계획적으로 대출을 상환할 계획이면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고, 조기상환·이사 계획이 있다면 변동금리 대출을 고려해 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고소득자·맞벌이는 변동금리 대출 고려해볼 만

본지는 은행 PB 12명에 대해서도 '변동·고정금리대출 중 어떤 대출이 유리한가'에 대해 물었다. 장기 대출이라는 전제하에 PB 8명은 고정금리 대출을 추천했고, 4명은 금리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변동금리 대출을 추천했다. 전반적으로 PB들도 대출을 상환하는 데 보통 5년 이상 걸리는 주택담보 대출이라면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PB들은 대출 기간이나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의 신동일 팀장은 "2~3년 안에 대출금을 대폭 갚을 수 있는 맞벌이 가구나 고소득자들은 금리가 낮은 기간에 원금을 최대한 상환하면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변동금리 대출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서 PB 12명은 모두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은행 이정훈 분당PB센터 팀장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시행되면, 우리나라 시중은행 금리도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금리가 0.5%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PB가 8명, 0.25%는 3명, 1% 수준은 2명이었다.

◇고정금리·변동금리 대출로 절반씩 쪼개는 것도 방법

내년 이후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제적으로 이자를 줄이기 위한 '대출 재테크'도 필요하다. 급여통장 개설·카드 발급 등 거래가 많은 은행에 대출을 몰아 두는 것이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어 대출 재테크의 기본 전략이다. 또 하나은행 목동 골드클럽 김성호 PB부장은 "금리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면 대출을 받을 때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로 절반씩 나눠 받는 것도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