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협하던 이슬람, 종교 대화의 主役으로 등장"

지난 18~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타자의 이미지(The Image of the Other)'라는 주제의 국제 종교 간 대화 회의가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제 종교 및 문화 대화센터(KAICIID)' 주최로 열렸다. 전 세계에서 500명이 넘는 종교인과 종교학자들이 참가한 이번 회의는 오랫동안 종교 간 대화의 객체(客體)였던 이슬람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종교 간 대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것으로 평가된다.

'존경과 화해를 가져오는 종교'라는 비전을 내걸고 있는 KAICIID는 빈에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출연하여 설립됐다. 2012년 11월 열린 개소식은 주요 종교 대표들이 대거 참석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자리를 함께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종교와 문화 간 대화와 상호 이해를 통한 세계 평화 증진을 목표로 하는 KAICIID가 창립 후 첫 본격 활동으로 마련한 이번 회의에 한국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김종서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로부터 이번 회의의 특징과 의의에 대해 들었다.

―KAICIID의 설립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동안 종교 간 대화는 미국·독일의 개신교나 WCC(세계교회협의회)·교황청 등 그리스도교가 주도해 왔다. 선교 과정에서 다른 종교들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거나 전쟁·빈곤 등의 극복을 위해 실천적인 활동을 함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자리에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손님으로 초대됐고, 이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KAICIID는 압둘라 국왕이 발의하고 재정을 전담하며 사무총장도 사우디 출신이 맡고 있다. 출범 과정에서 오스트리아·스페인 정부와 교황청이 협조했고, 가톨릭·개신교·성공회·정교회·유태교·불교의 유력 인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종교 간 대화의 틀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슬람이 종교 간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냉전 종식 후 '문명의 충돌'론(論)이 대두되고 이슬람이 세계 평화의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지적되자 이슬람 쪽에서 호전적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이 일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문명의 대화'를 제창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이슬람을 대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9·11 테러가 발생하는 바람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자 이슬람 세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압둘라 사우디 국왕이 나선 것이다. 압둘라 국왕은 2007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만나고, 전 세계 이슬람 지도자들과 대규모 회의를 가지며, 2008년 유엔총회에서 '평화의 문화'를 연설하는 등 일련의 움직임을 보인 뒤 종교 간 대화 센터의 설립을 제창했다. 이를 통해 이슬람이 협력·조화·다양성·평화의 종교라는 새 얼굴을 가지려는 것이다."

―종교 간 대화는 말만 무성하고 실천적인 결과는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회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종교 교육을 강조한 점이었다. 대부분의 종교 갈등은 다른 종교를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주요 종교들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주최 측은 교육 전문가와 교육정책 입안자들도 초청하여 종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과 내용이나 자료, 성공 사례를 많이 발표시켰다. 특히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종교 교육의 교재 집필과 교사 양성에 멀티미디어를 이용하는 효율적인 방법이 많이 제시되었다."

―이번 회의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동서양 종교가 비슷한 크기로 공존하면서 경쟁과 대화를 동시에 해야 하는 한국은 종교 간 대화와 종교 교육에서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국제적인 종교 간 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내적으로도 종교 교재 편찬과 종교 교사 양성 등 종교 교육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