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한양 답사] [4] 서울문묘와 성균관 ②

사적 제143호 서울 문묘와 성균관은 공자님 등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공간 문묘(文廟)와 유생들을 교육하는 강학공간 명륜당(明倫堂)으로 나누어지는데 문묘에 대하여는 지난번에 상세히 둘러보았고 이제 명륜당을 둘러볼 차례이다.

명륜당은 600년의 역사를 가진 국립대학 성균관의 강학당이다. 물론 서울의 성균관뿐 아니라 지방 향교들의 강학당(講學堂)도 명륜당이다. 지금의 대학교와 조선 시대 당시의 성균관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유생들에게 전통적인 유학교육을 통해 관리로 등용함으로써 조선 말엽까지 많은 학자와 정치인들이 배출하였다.

또한, 국민의 도의 정신과 사회정의를 부식하고 교화하는 근원(首善之地)이 되었으며 역대 왕이 때때로 행차하여 대성전에 참배하고 유생들을 격려하였다. 왕세자가 입학할 때에는 문묘에 석채례(釋菜禮: 석존례)를 올리기도 하였다.

‘명륜(明倫)’이란 인간사회의 윤리를 밝힌다는 뜻으로, 『맹자』 등문공편(藤文公編)에 “학교를 세워 교육을 행함은 모두 인륜을 밝히는 것이다.”라 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서울 문묘와 성균관

명륜당은 태조 7년(1398)에 성균관 대성전(大成殿) 북쪽에 건립한 것이 시초이며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선조 대에 중건하였고 고종 때에 이르러 현재의 모양으로 크게 중수하였다.

중앙의 본당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로 넓은 대청마루가 있는 강당이다. 좌우 협실(夾室)은 정면 3칸 반, 측면 2칸의 구조로 본당보다 약간 물러나 앉은 익사(翼舍) 형태를 취하였으며 본당과 달리 팔작지붕 형태를 취하였으나 다소 낮은 모습으로 균형을 갖추었고, 유생들을 가르치는 스승들이 머무는 온돌과 마루 구조로 되어 있다.

본당 정면은 넓고 높다란 월대가 있어 유생들은 매일 월대(月臺) 아래에서 예를 갖춘 후에야 강당으로 올라 공부를 하였으며, 월대 아래 넓은 마당에서는 과거가 치러지기도 하였다.

지방의 명륜당이 대성전 앞에 건립되어 있는 데 반하여 성균관의 명륜당은 대성전 뒤에 위치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지방의 명륜당이나 대부분의 서원이 제사 공간을 뒤에 두고 강학 공간을 앞에 두는 이른바 전학후묘(前學後廟)의 배치 구조를 갖게 된 것은 경사진 지형 구조상 뒤쪽 높은 곳에 사당을 두어 격을 맞추려는 것이다.

그러나 성균관의 경우 그 규모가 워낙 크고 평지 지형이다 보니 제사 공간을 앞쪽 정면에 둠으로써 위상에 맞는 배치를 선택한 지혜라고 볼 수 있다. 지방의 향교 중에서도 규모가 크고 평지에 배치된 일부 향교들은 성균관처럼 전묘후학(前廟後學)의 배치구조로 되어 있다.

후학(後學)에 해당하는 강학 공간을 둘러보면 명륜당①을 중심으로 마당 한가운데는 커다란 은행나무② 2그루가 심어져 있으며, 좌우로는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③와 서재④가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것이 중심구조이다.

그리고 성균관 전반을 관할하는 사무실과 부속건물들, 즉 유생들이 식사하는 진사식당⑤과 관리사무소 격인 정록청⑥과 직방⑦, 고직사⑧, 서리청⑨, 식사를 담당하는 여자 하인들 거처인 비복청⑩등이 명륜당의 동쪽 공간에 따로 일반 사대부 집 모양으로 옹기종기 모여있으며, 명륜당 바로 뒤에는 경전들을 보관하는 도서관 존경각⑪과 활과 화살을 보관하는 육일각⑫이 있다.

명륜당 안에는 2개의 어필(御筆) 현판을 비롯하여 여러 개의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러한 게시문들은 명륜당에서 학문을 탐구하는 유생들에게 항상 눈에 뜨이게 하여 지식 습득에만 치우치지 않고 마음공부를 일깨우려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건물 정면 추녀 밑에 있는 ‘明倫堂(명륜당)’ 현판 글씨는 1606년(선조 39)에 명나라의 사신 주지번(朱之蕃)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쓴 것이며, 그 뒤에 보이는 안쪽에 또 하나의 명륜당 글씨는 주자의 글씨를 集字(집자)한 것이다.

명륜당 마당에는 두 그루의 커다란 은행나무가 심겨 있는데 중종 때 대사성을 지낸 윤탁이 심었다고 하니 수령(樹齡)이 500년은 되었을 터인데 천연기념물 제59호로 지정된 보호수이다.

명륜당 앞에는 은행나무 외에 동, 서 양측으로 동재와 서재가 있는데 성균관의 유생들이 기거하던 재실(齋室)이 있다. 전국의 진사, 생원 중 200명 규모를 엄선하여 동재와 서재 기숙사에 머물며 공부하도록 하였다고 하며, 매일 아침 기상하면 마당에서 예(禮)를 올린후에 강당인 명륜당에 올라 공부를 했다고 한다.

나머지 부속건물들은 동재 바깥쪽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일부는 잠겨 있어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또한, 각각이 서로 붙어 있거나 협문들로 연결되어 있어서 상호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동재 옆으로 회랑처럼 길게 들어가면 마주치는 곳이 정록청(正錄廳). 당시 성균관의 관리사무소이다. 대문을 들어서 좌우로 연한 문간채 건물은 고직사(庫直舍)이며 꺾어져 동쪽벽에 있는 건물은 직방(直房)으로 관리를 위한 부속 건물이다.

정록청 앞으로는 유생들이 식사하는 진사 식당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윗쪽 공간으로는 서리청, 비복청 등 부속 건물들이 모여 있다.

성균관은 고려 말과 조선 시대의 최고 교육기관인 태학(大學)의 명칭으로 학궁(學宮) 또는 반궁(泮宮)이라고도 하였다.

『주례 周禮』에 의하면 ‘성균’은 오제(五帝)의 학(學) 가운데 남쪽에 있었던 것으로 음악(音樂)으로 교육적 성과를 내기 위해 대사악(大司樂)이 그 성균지법(成均之法)을 맡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성균은 음악의 조율(調律)을 맞춘다는 말로서 즉 어그러짐을 바로 잡아 이루고, 과불급(過不及)을 고르게 한다는 뜻이다. (성균관 소개 글)

이상으로 서울 문묘와 성균관을 상세히 둘러보았다. 서울 문묘와 성균관은 사적 제243호로 지정되었으며, 여러 건축물 중 대성전과 동무, 서무, 삼문, 명륜당은 보물 제141호이다. 또한, 문묘 은행나무는 천연기념물 제59호이며 석전대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5호이다.

우리가 이런 문화재나 유서 깊은 장소를 둘러보는 이유는 그 건물의 형식과 용도 등이 궁금하고 명칭을 외우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찾는 이들의 목적에 따라 다를 것인바, 건축학도라면 오히려 건축공학적 관점에서 옛 건축물들에 대한 궁금함을 찾으려 할 것이나 문화유산 답사를 위하여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 건물이 가진 역사적 의미, 그 기관이 수행하던 역할과 기능, 연관된 인물과 사건, 지나온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등등이 더 관심이 간다.

600년이 된 국내 최고(最古)의 종합대학이라는 자화자찬성(?) 성균관대학의 글이 아니더라도 그 장구한 세월 속의 교육 현장, 배움터를 대할 때는 자못 경건한 마음과 함께 경외심마저 드는 것도 사실이며 그 옛날 이곳에 모인 젊은이들의 학문적 열성으로 뜨겁게 달궈졌을 것인바 지금도 익히 존경해마지않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성균관 출신이라는데 이르러서는 놀라울 따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지폐 속 인물들마저 모두 이 성균관 출신인데, 교수 이퇴계와 우수학생 이율곡, 재단 이사장 세종대왕, 학부모 신사임당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만큼 우리 역사 속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교육기관인 것이다.

비록 건물은 임진왜란 때 대부분 파괴, 소실되어 재건하였고, 학교 운영은 일제 강점기 때 많은 훼손을 당하여 국립 대학교육기관은 없어지고 민족교육의 맥은 끊어졌으나 이제라도 한 번쯤 이렇게 답사하고 되새겨보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걸어서 한양 답사는 계속된다.

(계속)